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 SK온 제공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 SK온 제공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흑연에 93.5%의 관세를 부과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폭넓은 움직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드론 및 관련 부품, 그리고 반도체 및 태양광 패널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이 조치들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하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산 흑연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조치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배터리 공급망 및 전기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

중국은 글로벌 흑연 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배터리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결국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흑연에 의존하는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의 주요 배터리 기업들도 미국 내 생산 공장을 운영하며 중국산 흑연을 일부 사용하고 있기에, 이들 기업 역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는 공급망 다변화나 대체재 확보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킬 것이다.

공급망 재편 · 다변화 및 대체 소재 개발 가속화 불가피

전문기관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인해 배터리 제조사들은 중국 외 지역에서 흑연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이다. 아프리카, 호주, 캐나다 등 다른 지역의 흑연 광산 개발 및 가공 시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대체 소재 개발 가속화로 흑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실리콘 음극재 등 차세대 배터리 소재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배터리 기술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자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정책과 맞물려, 북미 또는 우방국 내에서 핵심 광물 채굴 및 가공 능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 무역 갈등 심화, 지정학적 및 무역 관계 변화

이번 흑연 관세 부과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이 다른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등 추가적인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각국은 핵심 광물 자원 확보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더욱 중요하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자원 보유국과의 외교적 협력 강화 또는 국내 자원 개발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중국산 흑연에 대한 반덤핑 관세는 단기적으로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비용 증가와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중국산 공급망 다변화, 대체 소재 개발 가속화, 그리고 각국의 자원 안보 강화 노력으로 이어져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형도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배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

미국 상무부의 이번 예비 결정으로 중국산 흑연에 93.5%의 반덤핑 관세가 추가될 경우,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흑연에 실질적으로 부과되는 관세는 총 16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흑연은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원재료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미국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생산 비용이 대폭 올라갈 수 있어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천연 흑연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2022년 기준 94.4%에 달하며, 음극재 소재로 대체재가 없는 흑연의 경우 97%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절대적인 의존도로 인해 단기간에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외 지역에서의 흑연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는 압박을 더욱 크게 받을 것이다. 호주,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에서의 흑연 광물 확보 및 가공 시설 투자를 통한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해질 것것이다.

이번 반덤핑 관세는 FEOC 규제와 맞물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탈중국' 노력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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