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미국 내 전기요금이 1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정치·경제적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I 기반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급증, 청정에너지 보조금 축소, 노후 인프라 재건 비용 전가 등 복합적 요인이 겹치면서 트럼프의 친(親)화석연료 정책이 장기적으로 미국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미국 가정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평균 19센트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6% 이상 오른 수치이자, 201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향후 10년 내 미국 전력요금이 최대 18%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특히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남부·중서부 지역의 부담이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 AI·전기차 수요 폭증, 전력 인프라 ‘압박’
전문가들은 챗GPT 등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와 전기차 보급 확대가 전력 수요를 급격히 끌어올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송배전 인프라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있으며, 천연가스 가격 불안정과 전력망 보수 비용까지 소비자 요금에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일부 가정에선 연간 전기요금이 2000달러(약 270만원)에 육박한 사례도 보고됐다. 이는 노후화된 전력인프라에 대한 유지·보수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 구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기업의 수익 개선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가 전력 가격 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각 주 정치권도 ‘요금인상’ 공방...트럼프 입지 흔드나
미국 각 주에서는 전기요금 급등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뉴욕주는 강력한 소비자 보호 규제 법안을 추진 중이며, 공공서비스위원회(PSC)의 권한 강화와 유틸리티 기업의 초과이익 환불 의무화를 골자로 한 8개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반면 조지아주는 제한적 대응에 머물렀다. 조지아 PSC는 지난 2년간 조지아 파워에 6차례 요금 인상을 승인했으며, 그 결과 요금은 33% 상승했다. 보그틀 원전 프로젝트 등 천문학적 건설비가 원인으로 꼽히며, 주 정부의 대응 미비에 주민 반발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소비자 부담 증대와 전기요금 폭등이 2024년 대선 국면에서도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엡스타인 연루 의혹이 다시 부상하며 트럼프 진영(MAGA) 내부에서도 자성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에너지정책 실패가 복합적 위기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외신은 “규제 완화와 청정에너지 회피가 일시적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은 결국 국제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며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오는 2035년까지 전체 전력의 80%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으나, 현재 정책 기조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