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수 마포구청장./ 마포구청
박강수 마포구청장./ 마포구청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같은 정당 소속의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이 ‘쓰레기소각장’ 문제를 두고 정면 충돌하면서 마포구민뿐 아니라 서울시민 전체, 더 나아가 수도권 전체로 피해가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 벌어지는 환경 갈등이 행정 신뢰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에 추진 중인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이 기존 시설보다 더 친환경적인 설비라며 “시범 운영 뒤 기존 시설을 폐쇄하는 사실상의 ‘교체’”라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마포구는 “사전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사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구청장은 선출직...구민 모욕”
갈등의 불씨는 지난 1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선 8기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박강수 마포구청장을 향해 “정확한 정보를 구민에게 전달하는 데 충실한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데서 재점화됐다.

이를 두고 마포구는 “구청장을 공개적으로 폄훼한 발언이며, 마포구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박 구청장은 “마포구청장은 마포구민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공무원이지, 서울시장의 하급 직원이 아니다”며 “오 시장은 지방분권 시대의 가치에 역행하며 상명하달식 사고방식을 드러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17일 입장문을 통해 “시장은 마포구청장이 ‘구정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신규 시설 건립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구민에게 충실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안타까움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 마포광역자원회수시설은 기존보다 더 친환경적”이라며 “시범 운영 뒤 기존 시설을 폐쇄하는 사실상의 ‘교체’임에도 이를 무시하고 발언의 맥락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며 주민과 여론을 선동하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포자원회수시설./ 서울시 제공
마포자원회수시설./ 서울시 제공

◇“환경보다 정치 논리...피해는 시민이 감당”
한 환경정책 전문가는 이번 사안을 두고 “지방자치와 행정 효율성의 충돌”이라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피해는 주민과 서울시 전체가 떠안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마포구는 지역의 환경권과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하고 서울시는 공공 필요에 따른 교체 사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서 정책 신뢰는 실종되고 생활폐기물 처리 시스템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 갈등이 서울 전체의 ‘혐오시설 입지 갈등 도미노’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서울시가 이번에도 갈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어떤 지역에서도 혐오시설 유치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는 서울시의 기초 환경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마포만의 문제 아냐”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은 현재 서울시 전체 생활폐기물의 약 30%를 처리하고 있다. 만약 이 시설의 존치 여부나 신규 교체가 좌초된다면, 서울 전역의 쓰레기 처리 체계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런 점에서 “매년 연장 협의를 반복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 낭비”라며 지난 5월 마포구를 제외한 4개 자치구(중구·종로구·용산구·서대문구)와 공동 이용 협약을 ‘시설 폐쇄 시까지’로 연장한 바 있다.

그러나 마포구는 “자신들이 빠진 협약은 사실상 ‘세입자들끼리의 협의’에 불과하다”며 서울고등법원에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결정 취소소송’의 보조참가인으로 나서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소각장 갈등은 단순한 행정 마찰이 아닌 지역 권익 vs 광역 공공성의 충돌이며, 주민 수용성, 환경 정책의 신뢰성, 행정 리더십 모두가 시험대에 올랐다.

서울시와 마포구는 이 사안이 정쟁이나 권한 다툼이 아니라, 결국 모든 시민의 삶에 직결되는 ‘기초 환경 인프라 문제’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