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열공급 안정화를 위한 서남2단계 집단에너지시설(열병합발전소) 건립사업이 핵심 운용구조를 두고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시가 ‘컨소시엄’ 방식과 SPC(특수목적법인) 방식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SPC 방식이 공공성을 해치는 ‘부분 민영화’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는 민간 자본을 적극 유치해 사업비 부담을 덜겠다는 입장이지만 발전과 열공급 운영권이 분리되는 구조 속에서 ‘전기’는 민간이, ‘열’은 공공이 담당하는 왜곡된 수익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남궁역 서울시의원(환경수자원위원회, 동대문3)은 제331회 정례회 시정질문을 통해 “강서·마곡지역 열공급이 2026년부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울에너지공사가 사업에 적극 참여해 시민에게 안정적인 열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PC 방식? 사실상 ‘수익 부문 민영화’
에너지 전문가들은 SPC 내 발전 부문을 민간 발전자회사가 담당할 경우, 수익성이 높은 전기 판매는 민간이 독점하고 공공은 비용 부담이 큰 열공급만 떠안게 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집단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CHP(열병합발전소)의 경제 논리는 전기 판매 수익이 사실상 사업의 핵심 기반”이라며 “이 수익을 민간이 가져가고 공공은 요금 보전과 유지비용만 책임진다면 이는 명백한 공공 리스크 확대”라고 지적했다.
◇“지분율만으론 공공성 담보 어려워”
서울에너지공사 입장에선 공사가 주요 출자자로 참여할 경우, 요금 정책과 사업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실질적인 의사결정권 구조나 수익배분 방식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효성을 담보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궁 시의원이 “공공성 확보와 열공급 안정에 SPC 방식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지만, 실제 SPC 구조는 사업 주체 간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고 발전자회사 운용에 있어 민간의 수익 극대화 전략이 공공의 열공급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사업자는 통상 발전설비의 이용률을 높여 전기판매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며 “이 경우 지역 열 수요와 맞지 않는 운전 방식으로 인해 공급 불균형과 비효율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사 재정 기반 흔들...시민 부담 전가 우려도
서울에너지공사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발전 수익은 열공급 요금 안정, 시설 유지보수, 신규 설비 투자 등 전반적인 사업 운영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이다.
만일 발전 수익을 민간이 독점하게 되면 공사는 운영비 부족과 요금 인상 압박에 직면하고, 이는 고스란히 시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 감시단체는 “겉으론 민영화가 아닌 듯 포장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익 부문을 민간에 넘기고 공공은 부담만 지는 우회적 민영화”라며 “서울시가 예산투입 없는 사업추진을 명분으로 공공 책임을 외면하는 구조로 흘러갈 경우 시민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세훈 시장 “안정적 열공급이 최우선 판단 기준”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서남2단계 집단에너지시설은 강서지역의 에너지복지를 위해 중요한 사업”이라며 “안정적인 열공급이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SPC 방식과 컨소시엄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서남2단계 집단에너지시설은 서울시의 2050 탄소중립, 대기환경 개선, 지역 에너지복지 실현이라는 다중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중요 프로젝트다. 그러나 사업 구조의 불투명성과 공공성 후퇴 우려는 오히려 사회적 신뢰와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남궁역 시의원은 “서울시가 서울에너지공사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함께, 시민의 에너지복지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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