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의원(더불어민주당, 화성정)이 지난 4월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 동의 없는 열병합발전소 건립 계획은 전면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용기 의원실 제공
전용기 의원(더불어민주당, 화성정)이 지난 4월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 동의 없는 열병합발전소 건립 계획은 전면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용기 의원실 제공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SK이노베이션 E&S와 한국중부발전이 추진 중인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LNG열병합발전소 건립 사업이 안성지역 주민들과 정치권의 격렬한 반발에 직면하며 심각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사업자 측은 환경영향평가 공청회를 강행하며 행정절차를 밟고 있지만 안성시민들은 “우리 삶의 터전을 팔 수는 없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지난 2일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용인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제2차 환경영향평가 공청회는 당초 발전소 건립과 관련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 마련됐으나, 200여명의 안성시민과 정치권 인사들이 현장을 찾아 강하게 항의했다.

현장에는 윤종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안성시), 안정열 안성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안성시의회 최호섭, 이중섭, 황윤희 의원 등 지역 정치권이 총출동해 “안성시민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어떤 사업도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성시민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번 공청회를 “형식적인 수순에 불과한 면피용 절차”로 규정하며 “특정 기업과 지자체는 이익을 얻는 반면 안성은 피해만 떠안는 불공정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안성 고삼면에 위치한 신안성변전소를 통해 2.83GW 전력이 공급될 예정이며, 이후엔 신원주~용인 간 장거리 송전선로와 산업단지 내 변전소를 통해 추가 공급이 이뤄질 계획이다.

주민들은 이에 따라 “별도의 LNG발전소 건립은 사실상 잉여전기를 판매하기 위한 수익성 목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비대위는 “하이닉스에 열을 공급한다지만, 실상은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에 팔아 돈을 벌겠다는 것”이라며 “이익을 위해 주민의 삶을 담보로 삼는 사업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용인청소년수련원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및 기후변화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가 진행됐다./ 한국중부발전 제공
지난 2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용인청소년수련원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및 기후변화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가 진행됐다./ 한국중부발전 제공

◇환경오염도...농·축·어업 피해 우려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도 깊다. 발전소 건립지 인근의 고삼호수를 따라 반도체 폐수와 발전소의 온배수가 안성 지역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농업, 축산업, 어업 등 생계 기반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비대위 관계자는 “미세 분진, 악취, 유해가스는 주민 건강을 위협하고, 폐수는 농경지는 물론 축산·어업까지 전방위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개발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 공청회 당일 현장에는 사업자 측이 경호 인력을 배치하면서 시민들과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다. 지난 5월22일 원삼농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1차 공청회 역시 주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안성시민들은 또 “2021년 체결된 상생협약 당시 제시된 조건들이 대폭 악화되었다”며 “진정성 있는 협약 변경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고삼호수로의 반도체 폐수 및 발전소 온배수 방류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업시행자 측은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며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성실히 검토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반도체 산업단지인 용인 국가산단 조감도. 정부는 2030년 반도체 생산공장(팹·fab) 1호기 가동에 맞춰 도로, 용수, 전력 등 핵심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제공
세계 최대 반도체 산업단지인 용인 국가산단 조감도. 정부는 2030년 반도체 생산공장(팹·fab) 1호기 가동에 맞춰 도로, 용수, 전력 등 핵심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제공

◇화성 진안 열병합발전소 갈등도 ↑
SK 측이 추진하는 LNG열병합발전소는 총 1.05GW, 517.3Gcal/h 규모로 용인 원삼 반도체 클러스터 내 14만7000㎡ 부지에 건설돼 SK하이닉스 공장에 스팀을 공급하는 핵심 기반시설로 계획돼 있다.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고효율 설비로, 사업자는 이를 통해 일반 화력발전소 대비 약 30% 높은 에너지 효율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안성시와 시민단체는 “국가 첨단산업 육성 차원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역민의 희생을 전제로 한 수익형 발전사업은 어떤 형태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LH가 추진 중인 화성 진안지구 내 열병합발전소 건립계획 역시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와 주민들의 반발로 교육청까지 나서는 등 유사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임태희 교육감은 “교육환경과 학생 건강권이 우선돼야 한다”며 발전소 이전을 LH 측에 요청한 상태다.

지역 기반 산업 발전과 에너지 공급의 균형 속에서 주민 수용성 확보가 정책의 관건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SK의 원삼 LNG열병합발전소는 또 하나의 지역사회 공존 해법을 놓고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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