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이 25일 프레스클럽에서 서울시 출입기자단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이 25일 프레스클럽에서 서울시 출입기자단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에너지공사 민영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공사 노조의 반발과 ‘마곡열병합발전소’ 지역 주민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민영화 의지를 꺾지 않는 서울시, 황보연 사장에 대한 ‘부적절한 인사’ 논란 등 존립 위기에 놓인 공사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연재 순서

⓵‘낙하산 인사’와 ‘박원순 지우기’
⓶‘리더십의 한계’와 의문의 사퇴
⓷기로에 선 위기극복 전략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서울에너지공사(공사)의 민영화를 추진 중인 서울시가 ‘자가당착’에 빠진 모양새다. ‘1조원의 수권자본금 출자’를 조례에 명시하며 공사를 산하 공기업으로 세운지 10년 만이다.

그러나 시는 당초 약속과 달리 현금 출자 없이 현물(땅과 노후화된 시설)만 투입했다. 이 때문에 공사는 출범 초기부터 임금체불 사태를 겪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악순환을 이어왔다. 설립 이후 공사가 현금으로 받은 금액은 1580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돈도 대부분 노후 열 수송관 보수에 사용됐다는 게 공사 노동조합 주장이다. ‘마곡열병합발전소’ 공사비 50%(1764억원) 지원도 서울시의회 의결까지 났지만, 시는 721억원만 지급했다. 나머지 1043억원에 대한 공사의 요구는 지금까지 무시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오세훈 시장이 전임 시장 정책을 폐기하며 사실상 ‘박원순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부동산투기 의혹’ 논란에 휩싸였던 측근을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보낸 것도 “민영화를 마무리 지으려는 것”이란 의구심을 낳는다.

‘전임 시장 지우기’와 관련해서 공사 측은 “오 시장 취임 이후 공사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그 이유를 ‘박원순 전 시장이 만들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오 시장의 ‘박원순 지우기’ 비판은 지난 2021년 재보궐선거 당선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사안이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 당시 추진됐던 여러 관련 사업의 대폭적인 예산 삭감은 물론 ‘특별감사’까지 실시한 바 있다.

마곡열병합발전소 조감도.
마곡열병합발전소 조감도.

야심찬 출발

서울에너지공사는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때인 지난 2016년 설립됐다. 당시 서울시는 “공공에너지 공급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며 공사를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떼어 내 독립시켰다.

목동·노원·신정·마곡 등에서 27만여 가구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공사는 2016년 12월 서울시의회 조례 제정을 통해 ‘SH 집단에너지사업단’에서 완전히 분리됐다.

설립 초기 수익개선을 핵심으로 △집단에너지와 △태양광 △연료전지 △하수열 등 미활용에너지 △LED보급 △에너지효율화사업 등을 실시하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계획과 달리 ‘방만경영’, ‘만성적자’ 비판에 시달리며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체질 개선’ 요구를 받아왔다.

특히, ‘서남 2단계 집단에너지시설 건설사업(마곡열병합발전소)’이 불발되면서 공사 경영은 급격히 위축됐다. 2023년 2월 취임한 이승현 3대 사장은 취임 직후 재정 악화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 선포에 부지 매각 추진까지, 동원 가능한 고강도 처방을 다 썼지만 반전시키지 못했다.

마곡열병합발전소는 강서구 마곡지역 주택 7만 세대와 업무시설 425개소에 열을 공급하기 위해 열병합발전소(CHP) 1기(285㎿, 190G㎈/h), 열전용보일러(PLB) 1기(68G㎈/h)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공사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 프로젝트 중 하나다.

공사 설립에 앞서 서울시는 오 시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09년 강서구 마곡지역을 산업통상자원부가 집단에너지 공급대상 지역으로 지정하자, 2011년 해당 지역에 대한 집단에너지사업 허가를 받아 서울에너지공사를 통해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후 6차례의 시공사 선정 실패 끝에 2022년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했지만, 이마저도 공사비 상승으로 불발되면서 좌초 위기를 맞았다. 공사는 사업 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했지만, ‘필수적 사업’ 필요성과 달리 기존 사업방식의 수익성 부족과 ‘재무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이에 출자 등 추가 재정 투입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시는 서울연구원 용역 결과(2024년 6월 말)를 빌미 삼아 사실상의 민영화 조치인 ‘외부 자원 유치’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한 공사 노조는 ‘짜맞추기 용역, 민간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전현직 기후환경본부장, 관련 공무원들을 ‘강요 및 직권 남용,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시는 당초 서남 2단계 집단에너지시설 건설사업에 5291억 원의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이 금액은 서울시 전체 예산 대비 약 0.1%에 불과한 액수다. 오 시장의 ‘박원순 지우기’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다.

결국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공사는 ‘방만 경영’, ‘만성 적자’ 질타를 받으며 존립 위기 상태에 몰렸다. ‘마곡열병합발전소’ 사업 좌초와 더불어 주민 민원 등에 시달려 온 공사는 현재 ‘외부 자본 유치’를 기다리는 중이다.

민영화가 진행되면 공공성 훼손 가능성이 높아져 ‘요금 인상’과 ‘서비스 질 저하’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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