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너지공사가 25일 단행한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두고 공사 내부에서 바난이 끓고 있다.
서울에너지공사가 25일 단행한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두고 공사 내부에서 바난이 끓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공사) 사장이 지난 25일 전격 단행한 조직개편인사발령을 두고 내부 반발이 들끓고 있다. 겉으로는 ‘신사업 개발’과 ‘흑자경영’을 내세웠지만, 실제론 ‘자기 사람 심기’식 요직 배치와 무리한 구조 재편이라는 비판이 공사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공사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공사는 25일 오전 이사회에서 ‘직제규정 변경안’을 통과시키자마자 같은 날 오후 곧바로 간부 및 직원 인사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노사 협의도, 기존 부서 간 논의도 없었다. 시행일은 불과 3일 뒤인 28일(오늘)이다. 주말 이틀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기습이다.

“인사는 사측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으로 밀어붙였지만,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업무 인수인계는커녕 책상 옮길 시간조차 없다”는 한 내부 관계자의 말처럼, 준비 없이 강행된 이번 인사는 ‘인사 폭탄’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통상 간부 인사 후 1~2주가량의 협의 과정을 거쳐 일반 직원 인사를 진행하던 관례조차 무시됐다. 내부에선 “누가 기획조정실, 경영지원실, 인사팀에게 이딴 폭주를 허락했느냐”며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이 지난달 25일 프레스클럽에서 서울시 출입기자단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이 지난달 25일 프레스클럽에서 서울시 출입기자단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코드인사’에 비전문성 비판↑

문제는 이번 인사에서 전문성보다는 사장의 과거 인연과 코드가 중심이 됐다는 점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황 사장이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시절 주도했던 ‘태양의 도시, 서울’ 사업에 관여했던 인물들이 대거 핵심 보직에 발탁됐다.

서부지사장은 13만 세대에 열공급을 책임지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사업 위주로 커리어를 쌓은 인물이 내정됐다. 이 인사는 2024년 초 신정가압장 사고와 올림픽대로 누수 사고 등 노후 열수송관 문제로 시민 안전에 직접 책임져야 할 위치다.

그럼에도 열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 그 자리에 배치됐다는 점에서 “열은 관심 없고, 사장 코드만 중요하냐”는 내부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더욱이 이들 중 상당수는 서울시의회 감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된 태양광 졸속 사업들(신안 마산도, 경주 박달리, 영광 월평 태양광, 자양고가 태양광, 성수 태양광 등)에 관여한 전력이 있다.

이 사업들은 시의회 감사에서 인허가도 안 되는 부지에 예산을 들여 용역을 남발하고, 안전성 진단조차 부실했다고 지적받은 사업들이다. 이를 고려하면, 이른바 “혈세만 빨아먹고 실적은 없는” 인물들이 사장 덕에 요직에 올라선 셈이다.

코레일과 추진하던 태양광 발전사업은 법률 검토조차 없이 2억원짜리 용역을 발주했다가, 수의계약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공모로 전환되자 사업 참여도 못한 채 탈락했다. 이 사안은 공사 측의 무능과 허술함이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강하게 지적된 대목이다.

서울에너지공사 목동열병합발전소
서울에너지공사 목동열병합발전소

‘실패 인사’가 미래전략실장?

관계자에 따르면, 실패한 해당 사업을 주관했던 부서장이 이번에 ‘미래전략실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부상했다. 내부에선 “미래가 아니라 사장 개인의 전략에 봉사하는 자리 아니냐”는 냉소가 나온다.

특히 왕숙신도시 집단에너지 사업은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TF까지 구성해 직원들을 빼앗아 간 대표적인 졸속 사업으로, 10억원의 용역비까지 투입했지만 결과는 사업권 실패였다. 이 와중에도 사장은 이를 밀어붙였고, 지금은 실패한 사업의 책임자를 ‘전략 실장’으로 앉히는 인사만이 남았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베란다 태양광 사업 관련 부당해고 소송에서 패소한 인물, 수천만원의 외부 강의료로 시의회에 지적된 인물까지도 요직에 내정됐다.

지열 사업 등에서도 “전문성이 없다”는 평가에도 불구, 태양광 실증단지 관련 인사가 배치되면서 공사 안에서는 “도대체 성과로 평가하는 건지, 줄로 평가하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공사는 최근 감사실장을 개방직으로 전환하고 외부 채용에 나섰다. 이와 관련, 관계자는 “감사기능 정상화를 위한 조치라지만, 정작 문제는 내부에 있다”며 “감사를 강화한다면서 감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을 요직에 앉히는 모순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따졌다.

공사는 올해를 ‘흑자 경영 원년’이라 선언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혼란 원년’에 가깝다. 관계자는 “코드인사·밀실인사·졸속 추진”의 삼박자가 갖춰진 지금, 이 공사에 시민이 기대할 건 더 이상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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