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고지서./ 투데이에너지 편집
전기요금고지서./ 투데이에너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정부가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에 본격 착수하면서 에너지시장 전반에 구조적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자 산업부 중점과제로 떠오른 차등요금제가 이르면 올 하반기 도매요금 체계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산지소(地産地消)’ 개념과 맞물린 새로운 전력 패러다임 구축에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위한 정책 용역을 진행 중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규칙 개정과 제도 설계도 병행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산자위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설계 중에 있다”며 “도매요금과 소매요금 적용을 동시에 진행할지, 순차적으로 진행할지는 용역 결과를 보고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르면 올 3분기부터 도매요금 차등제를 도입한 뒤, 내년 상반기에는 소매요금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소매 동시 차등 적용 방안도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RE100 산단, ‘차등요금제 테스트베드’로 주목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RE100 국가산단이나 분산에너지특구를 중심으로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부는 관련 제도 설계를 통해 에너지 생산과 소비가 동일 지역 내에서 이뤄지는 구조를 유도,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시킨다는 방침이다.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RE100 산단은 송전망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재생에너지를 직접 소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지역”이라며 “지역별 차등요금제의 제도적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로 최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해당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과 영광의 전기요금이 같다. (전력 자립률 높은) 지방은 싸게, 소비지는 송전비를 붙여서 더 비싸게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기업은 더 싼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에너지 대전환 시험대...권역 설계·산정 방식에 논란도”

정부의 기본 구상은 전국을 수도권·비수도권·제주 등 3개 권역으로 나눠 도·소매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단순 권역 구분이 전력 자급률과 계통 비용을 정교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인천시는 전력 자급률이 180%를 넘지만 수도권으로 분류돼 차등요금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대전처럼 자급률이 3%에 불과한 지역과 충남, 강원처럼 200%가 넘는 지역을 같은 틀에서 비교하는 게 타당하냐는 형평성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도매요금이 수도권·비수도권·제주로 단순 구분되는 반면, 소매요금은 보다 정밀한 권역 구분이 필요하다”며 “지역 간 송배전 손실이나 계통 이용 비용을 반영해야 차등요금제의 정책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정관 장관은 “소매요금 권역 구분은 보다 정밀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시 북면 동전일반산업단지 내 ‘창원 RE100 실증센터(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SK에코플랜트 제공
경남 창원시 북면 동전일반산업단지 내 ‘창원 RE100 실증센터(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SK에코플랜트 제공

◇해외는 희비 교차...“스웨덴은 성공, 영국은 철회”
해외 사례도 엇갈린다. 스웨덴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통해 북부 저요금 지역으로 인구와 산업을 유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반면 영국은 산업계 반발과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도입 직전 철회한 바 있다.

에너지전환포럼에 따르면 “스웨덴은 제도 시행 이후 남북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고 송전설비 효율화를 유도했다”며 “전력 소비 분산이라는 구조적 효과를 입증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반면 영국은 소매요금 불확실성과 투자환경 악화를 우려한 산업계의 반발, 지역 간 갈등 등으로 결국 ‘지역별 도매전력가격제(Zonal Pricing)’ 도입을 중단했다.

◇“단일요금제 탈피, 공급자·소비자 모두에 구조적 변화”

현행 단일요금제는 송전거리, 계통혼잡도, 전력자급률 등을 반영하지 않아 대규모 송전망 건설과 민원발생, 전력손실 문제를 초래해왔다. 따라서 이번 차등요금제 도입은 단순한 가격 책정 문제가 아니라 전력산업 구조 전반을 흔드는 대전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은 에너지 시장 구조를 전면 재편할 수 있는 전환점이자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국회, 산업계의 협의가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 향후 하반기 도매요금 차등화 결과 발표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 도입에 따른 민감한 여론과 산업계 반발을 고려해 RE100 산단에 우선 적용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점진적 전환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지산지소 원칙 아래 새로운 전력소비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 산업계와 국민 모두의 눈이 하반기 전력정책 대전환의 방향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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