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은 민간보다 공공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주도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기후위기를 추상적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미 시작된 피해’로 간주하며 조속한 구조 전환과 정책 개편을 촉구하는 민심이 확인된 셈이다.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4세~69세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 및 재생에너지 공공성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공급을 민간기업이 아닌 공공이 우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78%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특히 동의 이유로는 절반이 넘는 65.6%가 “전력공급은 국민의 기본 권리와 직결된 공공서비스이기 때문”이라고 밝혀, 에너지 공공성 강화에 대한 시민들의 강한 문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생에너지 사업의 적절한 추진 주체에 대한 질문에도 ‘공공’이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전체 응답자의 82.8%가 ‘중앙정부·지방정부·공기업 등 공공부문’을 선택했으며, 세부적으로는 ‘중앙정부 및 공기업’이 66.7%, ‘지방정부 및 지방공기업’이 16.1%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 국내 해상풍력 사업 88건 중 48건을 외국계 기업이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응답자 과반인 53.3%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에너지 안보 위협’(60.9%)과 ‘국내 산업생태계 악화’(52%), ‘사업수익 해외유출’(51.3%) 등이 꼽히며,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의 국익 문제에 대한 우려도 뚜렷이 드러났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의 긴급성에 대한 국민 인식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대해 ‘국제 권고 수준(2019년 대비 60% 감축) 이상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무려 89.6%에 달했으며, 이 중 75.9%는 “기후위기 피해가 이미 시작됐고,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 외에도 “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비용과 사회적 피해가 커지기 때문”(48%), “한국은 선진국으로서 기후위기에 대한 역사적·경제적 책임을 다해야 하기 때문”(36%)이라는 인식도 동반됐다.
“공공성 강화 위한 법·제도 개선 필요”
오송이 녹색연합 활동가는 “시민들이 에너지 전환의 공공 역할을 강조한 만큼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후위기 시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과학적 근거와 국제사회 기준에 부합한 기준에 맞춰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단체 ‘정의로운 전환 2025 공동행동’은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공공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을 촉구하며 국민동의청원 활동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7일 시작된 청원은 이달 20일 기준 3만명을 돌파했으며, 30일 이내 5만명 이상 동의가 모일 경우 국회는 해당 안건을 정식 의안으로 상정해야 한다.
이번 여론조사는 통상적인 성인 대상 조사를 넘어 만 14세 이상 청소년까지 포함해, 기후위기의 당사자인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녹색연합은 “재생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 사회적 선택”이라며, “시민이 원하는 공공 중심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논의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