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미국 내 공화당 주도의 하원이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법안을 승인하면서, 미국과 IEA 간의 관계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미국은 매년 IEA에 납부해온 약 600만 달러의 분담금을 중단하게 된다.
공화당은 IEA가 에너지 시장의 중립적 분석보다는 기후 정책 옹호에 치우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조직의 정치화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IEA의 접근 방식이 미국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IEA는 공식 입장에서 “미국 의회의 입법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해당 법안에 대해 직접적인 반박은 삼갔다.
■ 에너지 정책 둘러싼 美 정파 간 충돌…IEA는 ‘희생양’?
이번 논란은 단순한 분담금 삭감을 넘어 미국 내 에너지 정책과 기후정책에 대한 정파적 대립을 반영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탈탄소 전환과 청정에너지 확대를 국정 핵심 과제로 삼고 있으며, IEA 또한 탄소중립(Net Zero) 목표 달성과 관련된 각종 보고서를 통해 정부 정책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하원 다수를 장악한 공화당은 IEA가 발간하는 보고서가 과도하게 기후 중심적이며, 전통적인 석유·가스 산업의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최근 IEA가 석유·가스 투자 감축을 권고한 이후 미국 내 탄화수소 기반 에너지 기업들의 우려가 더욱 고조됐다.
리처드슨 에너지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은 “IEA는 스스로를 기후 운동의 한 축으로 전락시켰다”며 “더 이상 미국 납세자의 돈이 이념에 편향된 기관을 지탱해서는 안 된다”고 강경하게 밝혔다.
■ 상원과 행정부의 대응은?…IEA 탈퇴까지 거론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으며, IEA와의 협력관계 유지를 주장하는 온건파 의원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계속될 전망이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청문회에서 “IEA가 보다 균형 있는 접근으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탈퇴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현재 미국은 IEA 예산의 약 20%를 부담하며, 세계 에너지 거버넌스의 핵심국으로서 기능해왔다. 미국의 탈퇴는 IEA의 국제적 위상과 기능 수행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재정 논쟁이 아닌,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 리더십 재정립을 둘러싼 정치적 신호”라며 “앞으로 IEA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전 세계적 논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