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 조감도/SK이노베이션 제공
SK온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 조감도/SK이노베이션 제공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한미 관세협상 타결은 국내 에너지 산업의 투자 환경에 매우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관세율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장기적인 투자 전략과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상되는 주요 변화 양상을 보면 첫째, 대미(對美) 직접 투자 및 생산 시설 구축 가속화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자국 중심의 에너지 산업 육성 정책 기조 속에서, 이번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접근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현지 투자를 더욱 늘리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에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합의한 가운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모듈, 풍력 부품),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 에너지 산업에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시설을 확충하여 현지 콘텐츠 요건을 충족하고 세제 혜택을 받으려 할 것이다. 이는 국내 생산 역량의 일부가 해외로 이전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동시에 미국 시장이라는 거대한 수요처를 직접 공략함으로써 기업의 외형 성장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둘째, 국내 투자 전략이 고부가가치 및 R&D 중심으로 재조정될 것이다. 이는 해외 생산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국내에서는 단순 생산보다는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과 R&D 투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산업의 투자 전략이 재조정될 수 있다. 차세대 에너지 기술(예, 차세대 배터리 소재, 수소 생산 및 활용 기술,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등)에 대한 연구 개발 투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즉 산업 고도화를 유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핵심 부품 및 소재 산업 육성 분야에서는 완성품 조립이 해외에서 이루어지더라도, 핵심 부품이나 고난이도 소재는 국내에서 개발 및 생산하여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려는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

셋째, 공급망 재편 및 다변화를 위한 투자가 이어지며 에너지 안보 강화에 초점을 맞추게 될것이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연간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를 4년간 수입하기로 합의한 것은, 전통 에너지원(LNG, 원유 등)의 공급선을 다변화하여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투자 환경을 조성하게 될것이다. 이는 특정 지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구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

핵심 광물 및 소재 공급망 투자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및 배터리 산업에 필수적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관련 기업들이 해외 광산 투자, 재활용 기술 개발, 가공 시설 투자 등 공급망 다변화에 집중적 될것으로 예측된다.

넷째, 국내 에너지 전환 정책 및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미 협상이 해외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더라도, 국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지속될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태양광, 풍력 발전소 건설, 에너지 저장장치(ESS) 구축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전력 계통 불안정성 해소와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위한 스마트 그리드 구축, 송배전망 확충 등 전력 인프라 현대화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은 국내 에너지 산업의 투자 환경을 '글로벌 진출 및 현지화'와 '국내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이라는 양대 축으로 재편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국내 기업들은 미국 시장의 기회를 활용하되, 국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이고 균형 잡힌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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