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인도발 수요 위축 여파로 러시아가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러시아는 자국 서부산 원유인 유랄스(Urals) 원유를 중국에 할인된 가격으로 제안하며, 전통적으로 극동산 ESPO(Eastern Siberia–Pacific Ocean) 원유를 선호하던 중국의 구매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까지 유랄스 원유를 브렌트유(Brent) 대비 배럴당 약 5달러 낮은 가격에 공급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초 인도산 모든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줄였다. 인도는 러시아의 주요 유랄스 원유 구매국이었지만 이번 관세 조치로 구매 여력이 크게 위축됐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유랄스 원유는 최근 브렌트유 대비 1.5달러 저렴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불과 얼마 전까지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2.5달러의 프리미엄에 거래되던 것과 대조적이다. 러시아는 인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가격 인하라는 ‘즉각적 유인책’을 꺼내든 셈이다.
다만 중국은 여전히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ESPO 원유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ESPO는 지리적 접근성이 높아 해상 운송비가 저렴하지만, 유랄스 원유는 러시아 서부에서 출발해 긴 운송 거리를 거쳐야 해 물류비 부담이 크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운송 거리와 비용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가격 경쟁력으로 상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할인 제안은 러시아가 에너지 외교에서 중국 의존도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도 시장에서의 수요 감소와 미국의 관세 압박이 러시아의 원유 수출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방증한다. 향후 중국이 가격 매력을 이유로 유랄스 원유 구매를 확대할 경우, 아시아 원유 가격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