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6일 오후 제13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을 개최했다./ 에너지안보환경협회 제공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6일 오후 제13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을 개최했다./ 에너지안보환경협회 제공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과 무기를 지원하고, 그 대가로 정제유를 포함한 에너지 자원을 대량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한반도의 에너지 안보에 적색경보가 켜졌다.

특히 이런 북·러 간 거래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 행위임에도, 제재망의 허점을 파고든 정제유 공급선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응체계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단법인 에너지안보환경협회(회장 이웅혁)는 6일 개최한 제13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에서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에너지 교환의 실태를 짚고 한국이 직면한 안보 위협과 정책 과제를 분석했다.

◇북한, ‘전쟁경제’로 에너지 체제 생존 연명
이번 콜로키엄에서 발제자로 나선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2024년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약 100만 배럴의 정제유를 공급받았고, 2025년에는 120만 배럴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는 북한 전체 유류 수입의 31%를 넘는 수준으로, 군사력 전반의 가동률을 최소 23~28%p 이상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정제유 수입 증가는 단순한 에너지 확보를 넘어 북한군의 기동성 강화, 해군 연안 작전 확대, 공군 조종사 훈련 시간 증가 등 한반도 3축 대응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전략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이를 활용해 지방 방산공장 재가동, 탄약·무기 대량생산, 고용 확대 등 이른바 ‘전시 방산 호황’을 조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이웅혁 회장은 “북한은 에너지 공급선을 확보함으로써 전시형 산업경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핵·미사일 고도화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며 “한국은 이제 북·러 군사공조 억제와 함께 에너지 안보 프레임 전환에 착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6일 오후 제13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을 개최했다./ 에너지안보환경협회 제공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6일 오후 제13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을 개최했다./ 에너지안보환경협회 제공

◇해상 환적 통한 정제유 밀수 실태
특히 이번 행사에서 강조된 부분은 북한의 해상 환적을 통한 정제유 밀수입 실태다. 북한은 제재망을 피해 공해상에서 러시아 선박과 접선해 유류를 넘겨받는 방식으로 수입량을 늘리고 있으며, 이는 명백한 유엔 제재 위반이다.

이 회장은 “해상 환적은 불법 정제유 공급의 주요 통로이며, 이를 차단하지 못하면 북한 전쟁 지속 능력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위성 기반 해상 정찰과 함께 해경청의 상황인식시스템(MDA) 고도화, 한미일·EU와의 다자 감시 협력 체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군사력이 질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선제적 방호 대책 마련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기반시설 타격 대비도 병행해야”
이 같은 우려는 원전·항만·송전망 등 핵심 기반시설이 북한의 정밀타격 시나리오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작전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연료 저장소, 환적항, 수송망 등 에너지 기반 전력을 우선 타격 대상으로 지정하고 군수 비축체계를 분산형으로 전환하는 등 민·군 통합형 위기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그 대가로 이뤄지고 있는 정제유 중심의 에너지 거래는 단순한 군사협력이 아닌 한국 안보 전반을 위협하는 복합적 도전이다.

한국이 국제사회 내 제재 감시 주도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동시에, 에너지 인프라 방호 체계와 자립형 국방 에너지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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