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글로벌 공급망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의 전략산업 생존을 위해 북한 자원이 가진 잠재성과 함께 이에 따르는 제약과 위험까지 감안한 현실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18일 오후 제15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에서 “한국의 에너지‑자원안보 강화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 고찰: 북한의 자원개발 현황과 잠재성”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발제자인 권이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등이 북한의 자원 매장현황, 기술·환경 과제, 제재 리스크, 남북 및 다자간 협력 방안 등을 상세히 진단했다.
이번 콜로키엄은 에너지 수급 리스크가 커지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반도 내부의 자원 협력 가능성을 분석, 북한 자원의 실질적 활용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북한 문제 전문가를 비롯해 자원·에너지·법률·외교 등 각 분야 인사들이 참석해 다양한 시각을 교차했다.

가까운 공급망이자 전략광물 보고(寶庫), 그러나 현실엔 ‘제한’
이웅혁 협회장(건국대 교수)은 인사말에서 “전 세계적으로 희토류, 리튬, 코발트 등 전략광물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한국의 금속광 자급률은 1% 미만, 희토류는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에너지 안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 회장은 “북한도 잠재성을 남한의 기술과 자본으로 풀어내고, 남한도 자원 빈국의 핸디캡을 협력할 수 있다면 ‘윈윈’의 실용적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실주의 시각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물리적 거리나 물류, 수송리스크 감소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북한 자원이 지닌 지리적·경제적 이점도 크다고 본다면서도 ‘정치적 리스크’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조건을 분명히 했다.
권이균 원장은 북한의 자원 잠재성도 함께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 마그네사이트, 아연, 납, 흑연, 텅스텐, 철, 금, 무연탄 등에서 세계적 수준의 매장량을 가진 동시에, 석유 유망 분지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北, 세계 2~3위 마그네사이트 매장...석유 유망 분지도 최소 7곳
권 원장은 “단천 마그네사이트는 세계 2~3위, 무산 철광은 동북아 최대 수준, 검덕 아연광 역시 북한 경제를 지탱한 핵심 자원”이라며 구체적인 통계와 함께 설명했다.
권 원장은 세계적 수준의 북한 광물 매장량을 강조하면서 특히 "최소 7곳의 석유 유망 분지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한반도 에너지 지도를 바꿀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권 원장은 이 모든 게 과거 탐사 자료에 기반하고 있으며, UN 제재 및 기술·환경 인프라 부족, 계약·제도 불투명성 등이 중대한 제약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자원 정책은 수출보다는 자립경제 유지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으며, UN 제재와 겹치며 발전이 사실상 정체됐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현재로선 대규모 개발이 아닌, 제재와 무관한 인도적 분야에서의 협력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채굴 아닌 기술·환경·안전 융합 과제...다자 협력 구조 절실”
권 원장은 북한 자원개발의 현실적 과제로 ▲복합광물 처리 기술의 부재 ▲광해·산성배수(AMD) 문제 ▲환경보호와 안전관리 미비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번영(Prosperity), 주민 안전(People), 동북아 평화(Peace)의 세 축의 균형 잡힌 자원 개발만이 지속 가능하다”며 기술·환경·안전·안보가 통합된 포괄적 협력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 북방 국가들과의 협력 사례를 들며 “불투명한 제도 환경과 계약 불이행이 반복되었던 만큼, 남북 협력도 민간·제3국·국제기구와 연계한 다자 협력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규모 시범사업, 접경지역 중심 협력 등 단계적 접근을 통해 신뢰를 구축한 뒤 본격 개발로 확장해야 한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콜로키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북한 자원은 단순한 매장량 문제가 아닌 한반도 자원 안보와 동북아 평화의 전략 자산”이라며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제도적 준비와 민간 협력 채널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구축 핵심 자산 가능”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이번 콜로키엄을 바탕으로 “향후 정부, 산업계, 학계, 국제기구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남북 자원협력의 제도적 기반 마련과 새로운 전략 구도 형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콜로키엄을 통해 확인된 건 북한 자원이 단순한 ‘이상적인 잠재력’이 아니라 한국의 자원안보와 산업 경쟁력, 한반도 평화구축 전략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현실이 되려면 장기간에 걸친 제도 정비와 국제 제재 해석의 명확성, 기술력‧환경관리 역량 확보, 국민적 지지 기반 등이 동시에 확보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한편 이날 콜로키엄엔 통일부에서 김상기 장관 정책보좌관과 박어진 남북관계관리단 사무관이,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임성재 박사, 장호현 (사)한국원자력산업환경복원협회 사무처장, 중앙대학교 산학협력 김항곤 교수, 국가수사본부 김별다비 경정, 와이케이 곽노주 변호사 등 에너지 안보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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