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네덜란드계 에너지 메이저 셸(Shell)
영국-네덜란드계 에너지 메이저 셸(Shell)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영국-네덜란드계 에너지 메이저 셸(Shell)이 미국 LNG 개발사 벤처글로벌(Venture Global)과의 국제 분쟁에서 결국 패소했다. 이번 사건은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법원(International Court of Arbitration, ICA) 재판부가 벤처글로벌의 손을 들어주면서 결론이 났다.

■ 중재 재판부, 벤처글로벌 주장 수용

분쟁의 핵심은 루이지애나주 칼카슈 패스(Calcasieu Pass) LNG 액화 플랜트가 상업운전 단계에 도달했는지 여부였다. 셸과 함께 BP·시노펙(Sinopec)·갈프 에네르지아(Galp Energia) 등 다수의 구매자들은 “벤처글로벌이 장기계약 물량을 고의로 미인도하고 현물 시장에서 비싸게 되팔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벤처글로벌은 해당 시설이 여전히 시운전 단계에 있어 “장기계약 인도 의무가 없다”고 맞섰고, 중재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 ICC 중재 판정, 구속력 높아

ICC 중재는 일반 법원의 판결과 달리 항소 절차가 사실상 없다. 1958년 뉴욕협약(New York Convention)에 따라 전 세계 160여 개국 법원에서 강제 집행이 가능하다. 이번 판결로 셸은 계약상 손해배상을 요구할 법적 근거를 잃었으며, 구매자 측은 국제 거래의 신뢰성 확보가 절실하다는 현실을 확인했다.

■ 장기계약 신뢰 흔들, 구매자 권익 강화 불가피

이번 판결은 단순한 패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LNG 거래에서 근간이 되는 장기계약 신뢰성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가격이 폭등했던 시기, 공급자가 시운전 단계라는 이유로 장기계약 물량을 인도하지 않고 현물 시장을 택할 수 있다는 판례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신규 계약에서는 구매자들이 △상업운전 단계 여부와 무관한 최소 인도 의무 △시운전 단계 물량 보장 △위약 패널티 강화 등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이번 판결이 단기적으로는 공급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구매자 중심의 계약 환경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