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몽골 대통령 우흐나긴 후렐수흐는 2025년 9월 2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7차 3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렸으며, 세 정상은 협력 강화와 외부 간섭 배제를 주요 의제로 논의했다. /게티 이미지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몽골 대통령 우흐나긴 후렐수흐는 2025년 9월 2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7차 3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렸으며, 세 정상은 협력 강화와 외부 간섭 배제를 주요 의제로 논의했다. /게티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러시아중국이 장기간 지연돼 온 ‘Power of Siberia 2’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러시아 가즈프롬(Gazprom)과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은 지난 9월2일 중국 베이징에서 양해각서 체결을 공식 발표했다. 러시아가 유럽의 에너지 수입 축소에 대응해 중국을 핵심 대체 시장으로 명확히 설정한 것이자, 서방 세계에 대한 전략적 도전으로 해석된다.

■ 연간 500억㎥ 규모…몽골 경유 중국 북부로 공급

이번 합의에 따라 러시아 서(西)시베리아(West Siberia)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는 몽골 동부를 거쳐 중국 북부로 공급된다. 파이프라인의 연간 수송 능력은 500억㎥(bcm)에 달하며, 이는 러시아가 유럽으로 공급하던 일부 물량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계약 기간은 30년으로 설정됐으며, 가격 조건은 양국 간 별도의 협상을 통해 추후 확정된다. 동시에 기존 ‘Power of Siberia 1’ 파이프라인의 공급량 증대에도 합의했다.

■ 러시아-중국, 전략적 동맹 심화…다극 질서 지향

이번 합의는 단순한 에너지 계약을 넘어, 양국이 다극적 세계 질서 구축을 지향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급격히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고 러시아는 대규모 신규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 심화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 중단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의 입지 축소 등 불리한 조건 속에서 중국과의 에너지 협력 확대가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역시 산업 성장에 필요한 안정적 가스 확보와 동시에 에너지 다변화를 추진함으로써,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 최종투자결정(FID)까지는 과제 산적

다만 법적 구속력을 갖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최종투자결정(Final Investment Decision·FID)까지는 여전히 상당한 절차가 남아 있다. △재원 조달 구조 △건설 일정 △기술적 세부 설계 △중국 내 수요 전망 등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특히 가격 협상이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중국은 유럽보다 낮은 가격에 가스를 공급받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의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몽골을 경유하는 노선의 정치·경제적 변수도 잠재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 전망: 유럽 없는 러시아, 중국 의존 심화 불가피

‘Power of Siberia 2’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수출 감소를 보완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대중(對中) 에너지 의존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중국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며 가격·조건 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러시아가 단기적으로는 숨통을 틔우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공급 시장에서 협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용어 설명 :  

· ‘Power of Siberia 2’ = 러시아가 서부 시베리아의 가스전을 통해 몽골을 거쳐 중국 북부의 산업 지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대규모 송유관 프로젝트. 이 파이프라인은 연간 500억 입방미터 규모의 천연가스를 수송할 계획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중국 시장으로 대폭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사업은 2023년 9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가즈프롬과 중국 국영 에너지사 CNPC 사이에 법적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가 체결되며 본격화되었다. 프로젝트는 몽골을 경유하는 경로로 수정돼 환경적, 정치적 이점을 고려했으며, 2028년부터 2030년 사이에 부분 가동을 시작하고 2030년대 초반 전면 가동을 목표로 한다. ‘Power of Siberia 2’는 기존에 2019년부터 운영 중인 ‘Power of Siberia’ 파이프라인과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러시아는 동시베리아 및 서부 시베리아 가스전을 중국에 공급하는 듀얼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이는 서방 국가들과의 에너지 갈등 속에서 러시아가 아시아 시장에 전략적으로 집중하는 돌파구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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