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통해 약 126억 달러(12.6 billion USD)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유가 안정세에 따라 실제 절감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까지 더해지면서, 러시아산 원유 거래가 인도 경제에 가져다 준 직접적 이익이 명확히 드러났다.
■ 러시아, 아시아 수출 전환…인도 ‘최대 수혜국’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로 유럽 시장이 사실상 막히자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수출 전략을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는 저렴한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확보하며 수입 비용을 크게 줄였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러시아는 전쟁 직후 원유 판매처를 급격히 아시아로 돌렸고, 인도는 안정적 공급처 확보와 비용 절감이라는 ‘이중 효과’를 누리게 됐다.
■ 美·EU와 갈등…인도 “러시아산 원유 전면 금수 대상 아냐”
그러나 인도의 선택은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은 인도가 “경제적 이익만 추구한다”고 지적하며 사실상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는 전면 금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자국의 합법적 거래임을 강조했다. 하딥 싱 푸리(Hardeep Singh Puri) 인도 석유장관은 “러시아산 원유는 가격 상한제(price cap) 아래에서 생산·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공급량 유지를 위한 글로벌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 정제유 재판매 두고 갈등 격화
갈등의 핵심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해외로 다시 판매하는 행위다. 미국과 유럽은 이를 ‘제재 우회’로 간주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국제 시장에서 합법적 거래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러시아산 원유를 통한 경제적 이익 확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 전망: 아시아 중심 원유 질서 재편 가속화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과정은 단순히 비용 절감 효과를 넘어 글로벌 원유 공급망의 축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가 여전히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도는 그 과정에서 전략적 수혜자가 되고 있다.
향후 미국과 유럽의 압박이 강화될 경우, 인도와 서방 간 에너지 갈등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협력 확대는 인도가 단순한 소비국을 넘어,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재판매·재분배의 허브로 부상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