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산 에너지 제품에 대해 10~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북미 에너지 시장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2월4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조치는 미국이 캐나다산 원유와 천연가스, 멕시코산 원유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캐나다산 원유 및 LNG(액화천연가스)의 주요 수입국으로서 이번 조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산 LNG와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한국의 에너지 조달 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중동 및 아시아산 원유·LNG 수급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한국은 미국과 캐나다산 원유를 상당량 수입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원유 수입량 중 미국산이 18%, 캐나다산이 5%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 정유사들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및 캐나다산 원유(WCS)를 정제해 휘발유·경유 등을 수출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미국이 캐나다산 원유에 10% 관세를 부과하면, 캐나다산 원유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미국 내 정유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미국산 정제유 및 원유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한국의 원유 조달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이 멕시코산 원유에도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멕시코 원유를 정제해 미국에 공급하는 정유사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미국산 정제유 가격이 상승할 경우, 한국이 미국산 경유·휘발유·나프타를 수입하는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며, 한국은 미국산 LNG의 주요 구매국 중 하나다. 2023년 기준, 한국이 수입한 LNG의 20% 이상이 미국산이었으며, 이는 카타르·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로 캐나다산 천연가스에도 10% 관세가 부과되면서, 미국 내 가스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공급되는 천연가스가 가격 상승 압력을 받으면, 미국산 LNG의 생산 비용 또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 LNG 생산비용이 오르면 미국산 LNG를 구매하는 한국의 가스요금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가스공사(KOGAS)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미국산 LNG를 장기계약으로 구매하고 있어, 가격 변동이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도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미국산 원유·나프타를 수입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원유·정제유 가격이 상승하면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폴리에틸렌(PE) 및 폴리프로필렌(PP)과 같은 석유화학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 북미 지역은 PE·PP의 주요 생산지 중 하나로,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미국산 원료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수출하는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가 미국산 원유·LNG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한국은 중동·아시아산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카타르·호주·말레이시아산 LNG의 비중을 확대하고,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수입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최근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협력이 강화되는 추세에서, 사우디 아람코와의 원유 장기공급 계약 확대가 대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산 에너지 도입 여부도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 및 LNG 수입을 대폭 줄였지만, 가격 부담이 커지면 러시아산 에너지 도입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의 북미 에너지 관세 조치에 대응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다양한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장기 계약 확대, 국내 생산 확대, 정부 차원의 협상"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장기 계약을 늘려,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국내 정제 능력을 강화하고, 원료 조달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LNG·정제유 수출에 대한 예외 조항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북미 에너지 관세 조치는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무역뿐만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은 미국산 원유·LNG·정제유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에너지 비용 상승과 공급망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들이 에너지 조달 전략을 다변화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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