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러시아가 북극 지역 천연가스 및 석유 개발을 위해 미국 석유기업과의 협력을 시사했다. 현재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해외 기술과 장비 공급이 차단된 상황에서, 러시아가 미국과의 합작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러시아 에너지 관계자들은 최근 북극 지역의 가스전 개발을 위해 미국 석유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양국 모두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2년 서방 제재 이후 철수한 할리버튼(Halliburton,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베이커휴즈(Baker Hughes,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등 미국 석유 서비스 기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시추 및 탐사 기술, 고급 드릴링 장비, 해양 플랜트 운영에서 여전히 서방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특히 북극 지역은 극한 기후와 혹독한 환경으로 인해 고도의 정밀 기술이 필요하며, 현재 러시아내 기술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미국 석유기업과의 협력을 시사한 것은 제재 완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치적 메시지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협력을 요청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엑손모빌이 러시아 내 자산과 연결된 유일한 미국 기업으로 남아 있으며, 향후 정치적 기류 변화에 따라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재진입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극은 세계 최대 미개발 가스전이 존재하는 지역으로,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노르웨이 등 여러 국가가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다. 러시아가 미국과의 협력을 타진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북극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로도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서방의 대러 제재가 완화되지 않는 한, 실제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많다. 다만, 러시아가 북극 지역에서의 개발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는 만큼, 중국이나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
향후 미국과 러시아 간 외교적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흐름도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