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가 가시화되면서, 미국이 러시아 LNG 산업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 공급뿐 아니라 향후 수년간의 글로벌 LNG 수급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전쟁 전까지 연간 1억 톤(tpa, tons per annum) LNG 수출을 목표로 했으나, 지난해 실적은 3500만 톤에 그쳤다. 최근 세르게이 치빌레프(Sergei Tsivilev)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2035년까지 1억 톤 목표를 유지한다"고 재확인했다. 미국 제재가 해제될 경우, 러시아는 중단된 주요 프로젝트를 재가동하며 빠르게 공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노바텍(Novatek)이 주도하는 '북극 LNG 2' 프로젝트는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단기간 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이미 660만톤 규모의 두 개 트레인이 완공되었으나, 제재로 인해 상업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미국의 제재가 해제된다면, 제3 트레인의 건설도 다시 추진될 수 있다. 다만, 유럽연합(EU)의 기술 수출 제한과 한국 삼성중공업과의 분쟁, 그리고 제재 대상이 된 조선소(즈베즈다, Zvezda) 문제 등은 여전히 큰 변수다. 당초 계획된 2026년 가동은 2028년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또한, 얼음 등급 탱커(ice-class tankers)의 부족도 병목 요인이다. 총 21척이 필요하지만, 완공된 선박은 3척에 불과하다. 제재 해제가 외국 기술 재도입과 선박 건조 재개로 이어질 경우, 이 병목이 해소될 수 있다.
미국은 올해 1월, 러시아의 중형 LNG 생산시설인 포르토바야(연 150만톤)와 비소츠크(66만 톤)에 대해 직접적인 제재를 가했다. 두 시설 모두 곧바로 수출을 중단했다.
비소츠크는 비교적 빠르게 재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제재를 받지 않은 선박을 통해 벨기에 제브뤼허(Zeebrugge)로 수출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포르토바야는 상황이 복잡하다. 핵심 수송선박인 '펄(Pearl)'과 '발레라(Valera)'가 제재 대상에 포함됐으며, EU 제재도 중첩되어 있다. 제재 해제가 동시에 이뤄져야만 정상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 외에, 제재를 받지않은 ‘쿨 로버(Cool Rover)’를 통해 스페인 등으로 한정된 수출도 고려될 수 있다.
러시아는 향후 LNG 수출의 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기려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 동남아 국가들이 주요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야말 LNG 프로젝트의 핵심 고객이며, 제재 해제 시 추가 수입도 유력하다.
EU의 러시아산 화석연료 탈피 기조는 여전히 강하다. 설사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LNG를 포함한 러시아산 에너지 복귀는 제한적일 수 있다. 다만,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거나 공급 위기가 다시 도래할 경우, 예외적 수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자국의 LNG 수출 확대를 핵심 에너지 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 러시아 LNG가 시장에 재진입할 경우, 미국산 LNG의 시장 점유율과 수출 단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제재 해제 여부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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