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유럽연합(EU)이 2024년 한 해 동안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화석연료 대금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전체 재정·군사 지원액보다 많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핀란드 소재 청정에너지·대기연구센터(Centre for Research on Energy and Clean Air, CRE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러시아산 석탄·석유·LNG 수입에 총 230억 유로를 지불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160억 유로 상당의 지원금보다 약 70억 유로 많다.
이 같은 사실은 EU가 에너지 안보와 지정학적 책임 사이에서 얼마나 복잡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석탄·원유 줄이고 LNG 늘린 유럽…‘뒷문 거래’ 의혹도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2024년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완전히 중단했고, 원유 수입 비중도 전체의 27%에서 3%까지 급감시켰다. 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은 오히려 증가했다.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등 일부 회원국은 파이프라인 가스 수입이 줄어든 공백을 러시아산 LNG로 대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CREA는 “러시아 에너지로부터의 유럽 탈피라는 내러티브는 LNG라는 뒷문 거래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며 “파이프라인 물량은 줄었지만, LNG 수입은 조용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EU는 2021년에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45%에 달했지만, 2024년에는 13%까지 낮췄다. 그러나 이 13%가 여전히 수십억 유로의 수익을 크렘린으로 흘려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명분과 현실의 간극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평가다.
■ “2030년 러시아산 에너지 전면 중단” 약속…하지만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EU 집행위원회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2030년까지 모든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 따라 그 실행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CREA는 “이제는 상징적인 선언보다, 회원국들이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을 2025년까지 제출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EU는 △에너지 구매 투명성 확대 △역내 LNG 인프라 다변화 △역내 생산 확대 등의 전략 재정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G7, 러시아 원유 가격상한제 ‘재조정’ 추진
한편, EU는 영국과 함께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상한제 조정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현재 상한선은 배럴당 60달러지만, 이를 50달러 혹은 30달러로 낮춰 러시아의 수익 기반을 더 압박하자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가격상한제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그림자 선단(Shadow Tankers)’과 제3국을 통한 우회 거래 등 기존의 허점을 막을 글로벌 감시체계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CREA는 “단순히 가격만 낮춘다고 효과가 나는 것이 아니라, 집행과 추적까지 확보돼야 한다”며 “유럽이 전략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히는 것이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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