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이탈리아 가스 인프라 운영사 Snam(Società Nazionale Metanodotti, 국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회사)과 우크라이나 가스 수송공사 GTSOU(Gas Transmission System Operator of Ukraine)가 지난 7월 10일~7월1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4차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서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유럽연합(EU)의 에너지 독립 전략과 맞물려, 탈러시아 가속화 및 가스 수송 네트워크 다변화를 위한 주요 기반으로 평가된다.
양사는 △LNG 및 파이프라인 기반 가스 수송 협력 △우크라이나 내 가스 저장소 활용 방안 △가스 네트워크 유지관리 공동 플랫폼 구축 △재생 가능 가스 수송 공동 연구 등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향후 이탈리아-우크라이나 간 LNG 연계 가능성은 유럽 에너지 공급망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지닌다.
■ 우크라이나, 유럽 가스 허브로 재부상 시동… 저장소 활용 확대도 논의
우크라이나는 소련 시절부터 유럽 최대 규모의 가스 저장소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쟁 이전까지 유럽 연합에 연간 1000억 입방미터 이상의 러시아산 가스를 운송해온 핵심 국가였다. 이번 협정은 해당 인프라를 EU의 전략적 비축지 또는 역수송 네트워크로 활용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탈리아의 Snam은 현재 유럽 내 LNG 터미널 운영뿐 아니라 탄소중립 인프라 및 수소 연계 기술 개발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고 있어, 향후 우크라이나 재생 가능 가스(바이오메탄·수소 등)의 유럽 내 송출 통로 역할을 함께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2027년 러시아산 에너지 완전 탈피 목표와 연계… EU-우크라 에너지 공동체 강화
이번 협정은 EU가 설정한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 전면 탈피’라는 목표와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가스 관계가 급속히 단절된 가운데, EU는 우크라이나를 '에너지 교량국가'로 재정의하고 있다. Snam-GTSOU 간 협력은 그 핵심 축 중 하나다.
한편 유럽연합은 미국·카타르 등지로부터의 LNG 도입 확대, 북아프리카·지중해권 가스 파이프라인 재개발, 우크라이나·몰도바·발칸 등 인접국과의 에너지 통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MoU는 이러한 전략을 지지하는 인프라 측 연대의 일환이다.
■ 동유럽-남유럽 축 기반의 新가스 생태계 현실화되나
Snam과 GTSOU의 이번 협력은 단순한 양국 간 교류를 넘어, 전후 유럽의 에너지 공급체계를 ‘비(非)러시아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장기적 시도의 일환이다. 향후 EU는 우크라이나 저장소를 공동 운영하고, 이탈리아 LNG 인프라와 재생 가능 가스 허브를 결합해 동-남유럽 연계망을 구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러한 구상은 유럽의 에너지 독립성을 높이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재건에 실질적 경제적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