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벨기에 에너지 인프라 기업 Fluxys가 자국 Zeebrugge LNG 터미널의 재기화 설비 개선을 위해 스페인 Sacyr Proyecta와 기본설계(FEED, Front End Engineering Design)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해수식 개방형 기화기(Open Rack Vaporizer, ORV) 도입과 함께, 펌프 및 해수 흡입구 설치를 포함하는 고효율·저탄소 재기화 설비 구축의 핵심 이정표다.
Fluxys는 이번 사업을 통해 Zeebrugge 터미널의 재기화(capacity re-gasification)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감축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 해수식 개방형 기화기 도입… 탄소중립형 LNG 기화 실현
신규 설비의 중심에는 해수식 개방형 기화기(ORV)가 있다. 이 장치는 주변 해수를 열원으로 활용해 LNG를 기화시키는 방식으로, 연료 연소를 통해 열을 공급하는 기존 폐쇄형 방식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적고 탄소 배출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Fluxys는 ORV 외에도, LNG 재기화 시 필요한 펌프, 해수 흡입구 등 핵심 설비를 동시 구축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터미널의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운영 신뢰도 모두를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 Fluxys–Sacyr, 15년 간 이어온 전략적 파트너십
이번 프로젝트는 양사가 지난 15년 이상 쌓아온 협력 관계의 연장선에 있다.
Fluxys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Zeebrugge 터미널에 대한 설계 및 프로그램 관리를 Sacyr Proyecta에 위탁해왔으며, 양사는 LNG뿐만 아니라 수소, 탄소포집(CCS) 등 차세대 에너지 설비 설계에서도 협업을 확대 중이다.
Sacyr Proyecta는 스페인 Sacyr 그룹 산하의 전문 설계·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석유·가스, LNG, 수소 등 에너지 인프라 전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해온 고급 기술 파트너다. 특히, 복잡한 해안 기반 기화 설비 설계 및 모듈형 구조 도입에 있어 유럽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 Zeebrugge 터미널, ‘탈탄소 유럽’의 LNG 허브로 재정비
Fluxys가 운영하는 Zeebrugge LNG 터미널은 벨기에 북부 해안에 위치한 유럽 내 대표적 LNG 허브로, 연중 상시 운영체계를 통해 유럽 전역에 천연가스를 공급해왔다.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의 전략 변화 속에서 Zeebrugge는 그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번 ORV 도입 등은 단순 설비 교체를 넘어, 탈탄소·친환경 인프라 전환이라는 유럽연합(EU)의 기후 정책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Fluxys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재기화 과정에서의 탄소배출 저감뿐 아니라 ESG 경영 기반 강화까지 아우르겠다는 구상이다.

■ 용어 설명 :
· 플럭시스(Fluxys) = 브뤼셀에 본사를 둔 벨기에 에너지 인프라 기업. 1만2000km 길이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과 연간 290억㎥ 재기화 용량의 LNG 터미널 및 저장 시설을 보유·운영하고 있다. 플럭시스는 현재 유럽뿐 아니라 남미 등지에도 사업을 확장 중이며, 가스 전송·저장뿐만 아니라 수소, 바이오메탄, 기타 탄소중립 에너지 운송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등 넷제로 에너지 인프라 전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300명 이상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목적지향적 경영과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유럽 및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공급망 안정화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제브뤼헤(Zeebrugge) LNG 터미널 = 벨기에 웨스트플란더스주 Zeebrugge 항만에 위치한 대규모 LNG 수입 및 재기화 시설로, 플럭시스(Fluxys LNG)가 100% 소유·운영하고 있다. 1987년 상업 가동을 시작한 이 터미널은 연간 90억㎥(6.6백만 톤) LNG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 재기화 및 저장 역량 확대를 위한 대규모 확장 투자로 2024년 이후 추가 용량이 단계적으로 확보되고 있다.
특히, Zeebrugge 터미널은 세계 다섯 번째 18만㎥ 규모 LNG 저장탱크 등 첨단 인프라와 함께, 프랑스 덩케르크 LNG 터미널과 연결되는 양방향 가스 송출 파이프라인까지 갖춰 유럽 내 에너지 허브로 작동하고 있다. 장기 공급계약을 기반으로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 등 다양한 글로벌 LNG 화물의 환적 및 유럽 외 시장 재수출 거점 기능도 강화되고 있다.
· 사시르 프로예크타(Sacyr Proyecta) = 스페인 Sacyr 그룹 산하의 엔지니어링 및 인프라 전문 기업. 에너지·화학·석유화학·광업·산업·LNG·재생수소 분야에 특화된 엔지니어링, 조달, 건설, 시운전 및 시공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acyr Proyecta는 마드리드와 아스투리아스에 거점을 두고 3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포르투 정유공장·말레이시아 LNG 터미널·페루 가스 압축 및 저장 시설 등 다양한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벨기에 Zeebrugge LNG 터미널 확장, 네덜란드 로테르담 Gate 터미널 4번째 LNG 저장탱크 엔지니어링, 독일 Stade Hanseatic Energy Hub LNG 터미널 등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의 핵심 엔지니어링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 해수식 개방형 기화기(Open Rack Vaporizer, ORV) = LNG를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주요 열교환 설비로, 해수를 열매체로 직접 사용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ORV는 주로 해양이나 해안 지역 LNG 터미널에 설치되며, 해수 온도가 5℃ 이상인 환경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운용된다.
구동 원리는 극저온(-160℃) 상태의 LNG가 ORV 내부의 열교환기(랙 모듈) 튜브를 따라 통과할 때, 위에서부터 흘러내리는 해수와 직접 열교환을 일으켜 LNG를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해수는 시스템 내에서 염소 주입과 정화 과정을 거쳐 해조류, 슬러지 등 이물질의 영향을 최소화한 상태로 상부 물받이에 공급되고, 중력에 의해 기화기 하부까지 흘러내리며 열교환을 마친 후 방류된다. 이 과정에서 해수가 LNG로부터 열을 전달함으로써 LNG가 약 10℃ 내외까지 가열되어 천연가스로 완전히 기화되어 송출된다.
ORV 시스템의 장점은 연료 사용이 필요 없고(즉, 추가적인 연소 열원이 없음), 풍부한 해수만 있으면 대용량 LNG 기화가 가능해 경제적이라는 점이다. 반면, 해수온도가 낮은 겨울철에는 기화 효율이 저하되고, 해수가 극저온 LNG와 만나 급격히 냉각되면서 동결이나 해양생태계 영향 등 환경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