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평택항과 유럽 간 자동차운반선 항로에 녹색해운항로(Green Shipping Corridor)를 도입할 경우, 연간 최대 140만 톤에 이르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기후솔루션이 23일 발표한 ‘탄소중립을 위한 대한민국-유럽 녹색해운항로’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이 내용은 한국 해운 및 자동차 수출 산업에 실질적인 탄소중립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보고서는 평택항을 중심으로 △독일 브레머하펜 △벨기에 앤트워프 △영국 사우샘프턴 등 유럽 주요 항만과의 항로를 ‘녹색해운항로’로 전환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핵심 전략은 자동차운반선에 그린 메탄올과 같은 저탄소 연료를 사용하는 무탄소 연료 선박을 도입하고, 항만의 운영 전반을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중 브레머하펜 항로의 탄소 감축 잠재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연간 이 항로에서만 200만톤 가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이 가운데 약 70%에 해당하는 140만 톤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약 1억6000만 그루의 소나무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단일 항로 전환만으로도 대규모 기후효과가 기대되는 셈이다.
특히 평택항은 국내 자동차 수입의 95% 이상을 처리하는 자동차 물류의 중심지로 최근 3년간 연간 약 286척의 자동차운반선이 유럽을 오가고 있어 녹색항로 시범운영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또 평택항은 민간 중심의 유연한 운영 구조를 갖추고 있어 정부 주도의 타 항만 대비 시범 사업 추진에 유리한 여건을 갖췄다.
보고서는 녹색해운항로 실현을 위한 연료 전략으로 ‘그린 메탄올’을 제안했다. 액체 연료이기 때문에 기존 선박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기존 화석연료 대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가능한 대안으로 꼽힌다.
단기적으로는 울산항의 기존 LNG 및 액화가스 벙커링 인프라를 활용하고, 장기적으론 평택항 인근에 재생에너지 기반 e-메탄올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수급 체계도 함께 제시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녹색해운항로 구축이 자동차 산업의 Scope 3(간접 배출량) 감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전반에 걸친 탄소관리 요구가 강화되는 가운데, 운송단계 탈탄소화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 해운팀 한주은 연구원은 “유럽은 해운 탈탄소화를 선도하고 있고, 평택항은 민간 주도로 시범 항로를 추진할 수 있는 최적지”라며 “이러한 전략은 한국 조선 및 해운산업의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녹색해운항로특별법’을 발의하며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 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할 경우, 2027~2028년 중 평택-유럽 간 녹색해운항로 상용화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