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디젤 없는 건설 현장’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유럽은 ‘디젤 없는 건설 현장’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디젤 발전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 유럽의 고속철도 프로젝트 HS2가 수소 연료전지(hydrogen fuel cell)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도입하면서, 건설 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상징하는 이정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언론이 “예상치 못한 반격(We didn’t see this coming)”이라 평할 만큼, 이번 사례는 글로벌 건설·에너지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 디젤 대신 수소…조용히 돌아가는 두 개의 하얀 컨테이너

런던 빅토리아로드(Victoria Road)의 HS2 건설현장. 수많은 장비가 돌아가는 복잡한 공간 한편에, 조용히 작동하는 두 대의 흰색 컨테이너가 있다. 이 장치는 GeoPura가 공급한 수소 연료전지이며, 현장의 전력을 대부분 담당한다. 이 수소 연료전지는 연소 시 물만 배출하며, 소음과 진동도 거의 없다. 기존 디젤 발전기의 소음과 매연이 사라진 건설 현장은 이미 청정 기술 도입의 상징적 전환점이 되고 있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이며, 휘발유보다 3배 많은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어 중공업 및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 적합한 차세대 연료로 꼽힌다.

■ GeoPura, 수소 생태계의 '민간 기수'로 부상

영국의 신생 수소에너지 스타트업 지오퓨어(GeoPura)는 독일의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 Ventures)와 협력해 2019년부터 수소 연료전지 발전기를 건설 현장과 행사장에 임대해 왔다. 회사는 2033년까지 3600대 이상의 수소 발전기(HPU)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녹색 수소 생산시설(green hydrogen production) 확충도 병행 중이다.

GeoPura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 제조를 넘어서, △수소 생산 △전력 변환 장치 공급 △현장 임대까지 아우르는 분산형 수소 생태계 구축에 가깝다.

■ 경제성·물류가 관건…수소 건설 혁신, 실현 가능한가

하지만 수소를 통한 탈탄소 건설의 미래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수소 생산 비용은 여전히 디젤 대비 비싸고, △운송 △저장 △현장 설치 등에서 발생하는 물류비도 상당하다. GeoPura와 같은 기업들이 현장 중심의 경제성 확보와 기술 안정화에 나서면서 시장은 점차 변화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수소 경제는 건설 산업을 통해 확산될 수 있다”는 낙관론과 “기술적 성숙도와 경제성 확보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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