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수소망(H₂Med 포함) 구축 노선도
스페인 수소망(H₂Med 포함) 구축 노선도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스페인이 유럽 수소 인프라의 핵심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25일(현지 시간), 스페인 국영 가스망 운영사 에나가스(Enagas)의 CEO 아르투로 곤살로(Arturo Gonzalo)는 “2,600km 규모의 국가 수소망이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며, 2030년 운영 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스페인판 수소 고속도로…H2Med와 연결되는 전략적 축

해당 수소망은 스페인 전역을 아우르며, 프랑스와 독일 등 북서유럽으로 이어지는 ‘H2Med’ 프로젝트와 직결되는 초대형 인프라다. 총 26억 유로(약 2조 95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며, 기존 가스 배관 일부를 전환하고 신규 배관도 신설된다.

H2Med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생산한 녹색수소를 유럽 대륙에 공급하기 위한 범유럽 수소 회랑으로, 포르투갈스페인프랑스를 연결해 독일·벨기에 등 주요 산업지대로 연장하는 초국경 프로젝트다.

■ 예정보다 빠른 진행…2027년 FID, 2028년 착공 예정

에나가스는 오는 2027년 최종 투자결정(FID)을 내리고 2028년부터 공사를 시작한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번 발표는 공공협의(public consultation) 개시 시점에 맞춰 이루어진 것으로, 사업의 사회적 수용성과 환경 영향을 사전 점검하는 단계다.

CEO 곤살로는 “프로젝트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스페인의 수소 인프라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 첫 해가 2030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수소 외 CO₂ 포집·암모니아까지 다각화

에나가스는 현재 스페인 내 천연가스 수요가 감소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기존 자산의 ‘탈탄소 기반 재활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는 수소망 구축 외에도 암모니아 수송, CO₂ 포집(CO₂ capture and storage, CCS) 네트워크 개발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위해 자산 매각·배당 감축·부채 절감 등 재무구조 개선을 동반한 전환형 투자 전략을 병행 중이다.

■ 태양광 기반 녹색수소 생산 능력…“12GW 전해조 목표”

스페인은 자국 내 풍부한 태양광·풍력 인프라를 활용한 녹색수소 생산지로 각광받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해조(electrolyser) 설비를 12G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수립했으며, 이는 독일·프랑스보다도 빠른 속도다.

수소 수출 기반의 인프라와 맞물려, 스페인은 향후 유럽 내 수소 공급망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이번 행보는 유럽 내 수소 경쟁이 인프라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 생산국이 아닌 수소 전환 시대의 수송·공급 허브 국가로서의 전략적 위상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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