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2025년 5월 스페인의 산업용 천연가스 수요가 9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스페인 가스망 운영사 에나가스(Enagas)가 최근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지난달 산업부문 하루 평균 가스소비량은 449GWh(기가와트시)로,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전년 동월(465GWh) 대비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는 Enagas가 공개 데이터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6년 이래 5월 기준 최저치이며, 전체적으로 2025년 들어 매달 전년 대비 산업용 가스 소비가 줄고 있는 추세다.
■ 정유·식품·CHP 산업군 타격 심각… 정유 가동률 회복 난항
가장 두드러진 감소는 정유(refinery) 부문에서 발생했다. 정제업체들의 하루 평균 가스소비량은 2024년 5월 100GWh에서 2025년 5월 84GWh로 16% 감소했다. 이는 산업 전체 가스소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섹터로, 수요 위축의 중심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식품산업의 가스소비량도 전년 동월 대비 13% 줄었으며, 열병합발전소(CHP)는 11%, 제지산업은 7% 하락했다. 특히 CHP의 수요 감소는 스페인 전체 전력 수요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음에도 발생했으며, 이는 복합화력발전소(CCGT: Combined Cycle Gas Turbine)의 출력 급증(4.4GW, 전년 대비 63% 증가)에 따른 내부 경쟁 심화로 해석된다.
■ 전력용 가스는 회복세… “산업가스는 침체, 발전가스는 반등” 이중 양상
전력용 가스수요는 반등세를 보였다. 이는 5월 들어 스페인 내 재생에너지 및 원전 발전량이 모두 감소한 것에 기인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하락이 CCGT 수요를 견인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산업용 수요와는 별개로, 전력시장 내에서의 가스의 대체적 가치 유지를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스페인 에너지 시장이 산업부문의 구조적 탈가스화(de-gasification)와 발전부문의 전략적 보완재화라는 이중 양상을 띠고 있음을 시사한다.
■ 가격 하락에도 수요 회복 제한적… 구조적 전환의 ‘전조’인가
2025년 5월 스페인 Mibgas 거래소 기준 가스 현물가격은 34유로(€)/MWh로 전년(77유로(€)/MWh) 대비 절반 이하로 하락했지만, 수요 반등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는 가격탄력성보다 구조적 수요 축소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속·화학·건설 부문은 소폭의 수요 증가를 보였지만, 이는 전체 산업 수요 감소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수요 패턴은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 전반의 에너지 전환 기조와 연료 믹스 변화, 산업의 에너지집약도 감소 추세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 용어 설명 :
· 열병합발전소(CHP, Combined Heat and Power Plant) = 하나의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발생하는 열을 회수해 난방, 온수, 증기 등으로 활용하는 고효율 에너지 시스템
· 복합화력발전소(CCGT, Combined Cycle Gas Turbine Plant) = 가스터빈에서 연료를 연소해 전기를 생산한 뒤, 이때 발생하는 고온의 배기가스를 다시 증기터빈에 이용해 추가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두 종류의 터빈을 조합해 발전 효율을 높인 발전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