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수소 해운 연료화 과정 (암모니아·메탄올 전환 경로 포함) 
그린 수소 해운 연료화 과정 (암모니아·메탄올 전환 경로 포함)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전 세계 교역량의 90%를 담당하는 해운업은 전통적으로 중유(bunker fuel) 기반의 고탄소 산업이다. 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Net Zero)을 향한 국제 해운기구(IMO)의 목표 속에서, 그린 수소(green hydrogen)가 ‘차세대 해운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연간 10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전 세계 CO₂ 배출의 3% 이상을 차지하는 해운업계는 바이오연료와 함께 수소 기반 연료(암모니아, 메탄올 등)의 상용화를 모색 중이다.

■ 스페인, 유럽 수소 허브로 도약…태양광·풍력 강점 활용

스페인은 풍부한 일조량과 해상풍 자원을 활용해 유럽 최대의 수소 생산기지로 도약하고 있다. 국영 에너지 기업 Moeve(구 Cepsa)는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에 12억 유로 규모의 바이오연료 플랜트와 추가 10~20억 유로 규모의 수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Moeve는 “수소는 해운 탈탄소화의 기반연료가 될 것”이라며, 그린 수소를 기반으로 한 암모니아·메탄올이 중장거리 해운의 유력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스페인 정부 역시 2030년까지 8조 원 규모의 저탄소 에너지 선도국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밝히며 관련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 중국, 스페인 수소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유럽형 수소 진출' 본격화

중국 역시 이 흐름에 동참 중이다. 산업용 전해조 제조업체 하이그린(Hygreen Energy)는 22억 달러 규모의 수소 전해 설비 투자 계약을 체결했으며, 엔비전(Envision)도 유럽 최초의 넷제로 수소 산업단지 조성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계약은 2024년 9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의 방중 시 체결됐으며, 이는 중국이 유럽 수소시장 진입을 본격화한 신호로 해석된다.

■ 회의론도 팽배…"과대포장된 탈탄소 솔루션일 뿐"

그러나 수소경제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코넬대 기후학자인 로버트 하워스 교수는 “그린 수소는 대부분 마케팅 발명품”이라며,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 수단이 되기엔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수소는 생산과 저장, 수송 과정에서 매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폭발성과 부식성도 높아 기술적·경제적 허들이 크다. 특히 수소차는 전기차(EV)보다 확장성이 낮고, 주택 난방에서는 히트펌프보다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Moeve 측조차 “수소 인프라 확장에만 약 1.2조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며 고비용 구조를 인정하고 있다.

■ "그러나 해운·항공엔 수소 외 대안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수소가 중장거리 수송·해운·항공 분야에선 사실상 유일한 탈탄소 연료라고 평가한다. 특히 기존 화석 기반 수소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그린 수소’가 투입되는 전환이 가장 실효성 있는 경로로 주목받는다.

수소의 미래는 전면적 에너지 전환 수단이 아닌, ‘틈새 핵심 기술’로서의 역할에 따라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과 장거리 항공 운송은 그린 수소의 최후 보루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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