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역난방공사 전경./ 한국지역난방공사 제공
한국지역난방공사 전경./ 한국지역난방공사 제공

연료비 부담과 낮은 전력판매단가(SMP)로 위기에 처한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세제 역차별 문제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의 사업 실태와 구조적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정부가 고효율·저탄소 에너지 시스템인 열병합발전(CHP)을 ‘에너지 전환’의 핵심 축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민간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은 구조적 적자세제 역차별로 탄식하고 있다.

연료비 부담과 낮은 전력판매단가(SMP)에 따른 적자 구조는 물론, 공기업과는 상이한 조세 적용으로 형평성 논란까지 더해지며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한목소리로 “공공성과 운영 방식은 같지만, ‘민간’이라는 이유로 과세에서만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한국지역난방공사(한난) 수준의 재산세 분리과세 및 종합부동산세 면제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구조적 적자에 더해진 세금 부담...“남는 게 없다”
집단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집단에너지 민간사업자 32곳 중 60% 이상이 적자를 기록 중이다. D사는 최근 5년 누적 적자 1000억원, C 기업은 600억원, 또 다른 D사는 8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들 대부분은 수도권 인근 고밀도 지역에 위치해 높은 부지비·환경관리비·고정비를 부담하고 있으나, 정부 보조나 세제 혜택은 거의 없다.

에너지정책 전문가는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CHP 사업자들은 더욱 어려운 현실에 처할 것”이라며 정책 현실을 강하게 경고했다.

◇법·제도는 동일, 세금만 다르다?
핵심 쟁점은 “동일한 법과 절차 아래 같은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음에도, 조세 부담은 오히려 민간에 더 무겁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실제 민간사업자들은 ‘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라 한난과 동일한 허가 요건과 운영 규제를 적용받는다. 공급시설 설치, 안전관리, 열요금 상한제, 공급지역 관리 등 모든 공공적 책임은 똑같이 수행한다.

DS 파워 열병합발전소 전경./ DS 파워 제공
DS 파워 열병합발전소 전경./ DS 파워 제공

그러나 과세 체계에서는 차이가 확연하다. 한난은 재산세 0.2% 분리과세와 함께 종합부동산세 면제 혜택을 받고 있는 반면, 민간사업자들은 0.2~0.4%의 별도합산과세와 함께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다.

◇열요금 상한 기준은 한난...자율성은 제한
문제는 세금만이 아니다. 열요금 상한제 기준이 한난을 중심으로 설정되면서 민간은 자율적인 요금 설정조차 제한받고 있다.

현재 상한제 기준은 “전체 공급량의 50% 이상을 공급하는 사업자의 요금”을 따르는데, 사실상 한난의 요금이 민간의 기준이 된다.

한 민간업계 관계자는 “요금은 한난이 정하고, 세금은 민간이 더 낸다. 이게 공정한 구조냐”고 반문한다.

◇탄소중립 앞세운 정부...“민간은 파트너 아닌 적?”
정부는 ‘제5차 집단에너지공급기본계획’을 통해 CHP 기반 지역난방 비중을 2023년까지 31%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계획, 천연가스수급계획에서도 분산형 전원 확대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정부는 민간을 파트너라 말하지만, 조세정책에서는 적처럼 다룬다”, “공공을 강조하면서 민간에게만 불리한 구조를 강요하고 있다”는 업계 목소리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구조 개편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민간 참여를 유도해 에너지 분산화 시대를 열겠다면서, 정작 민간 사업자들에겐 공기업보다 가혹한 세금을 물리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낸다. 정책 목표와 제도 현실 간 괴리가 너무 크단 얘기다.

목동열병합발전소 전경
목동열병합발전소 전경

◇‘단기 일몰’ 아닌 제도화 요구...“제도 정비 없인 탈탄소도 없다”
산업단지 외 민간사업자에 대한 ‘재산세 분리과세’는 2022년 한시 적용됐다. 민간사업자들은 이런 ‘일몰식 특례’가 아닌 항구적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집단에너지업계는 최근 정부에 공식 건의서를 제출, “민간사업자 토지에 대해 분리과세 적용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정부의 ‘탄소중립·에너지전환’ 정책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조세 형평성 확보가 출발점이란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세 형평성 확보 없이는 정부의 탄소중립 전략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우려한다.

◇“민간 역차별 해소 없는 에너지전환은 선언일 뿐”
민간 집단에너지사업자는 단순한 민간투자자가 아니다. 도시권 열공급과 분산형 전원 확대를 책임지는 기반 인프라 주체다. 그러나 현재 구조는 민간의 투자 유도를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조세 역차별과 제도 미비는 이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투자 유인을 가로막는 현 구조는 결국 에너지전환 전략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현실을 반영한 제도 정비에 나설 시점이다. “민간을 죽이면 에너지전환도 없다.” 이 경고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세 형평성 문제는 ‘감세’ 요구가 아닌 ‘제도 불균형의 시정’이다. “정부와 국회가 더는 이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는 이유다. “민간을 죽이면 에너지전환도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에 반영할 때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