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지소재·공정연구센터 남기훈 박사팀이 전고체전지의 안전성 확보를 넘어 에너지 밀도와 극판 면적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혁신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재로 주목받는 리튬금속은 기존 흑연 대비 이론적으로 10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충전·방전 과정에서 표면에 가지 모양의 수지상 결정(덴드라이트)이 형성돼 전극 간 단락을 일으키고 전지 수명을 크게 떨어뜨리는 치명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특히 리튬금속과 고체전해질 사이의 불안정한 계면에서 화학 반응이 쉽게 일어나 전지의 안정성과 성능을 제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현재까지 전문가들이 고가의 코팅 기술이나 복잡한 구조 설계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실험실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었다.
남기훈 박사팀은 이 같은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중간층(Interlayer)' 기술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리튬을 저장할 수 있는 삼원계 화합물(Li2ZnSb)을 활용해 중간층을 설계하고, 이를 얇은 막 형태로 코팅한 뒤 리튬금속 음극 위에 스티커처럼 붙이는 '전사(transfer printing)' 공정을 개발한 것이다.
이 중간층은 리튬금속과 고체전해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며 계면의 화학적 불안정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연구팀은 금오공대 박철민 교수팀과의 협력을 통해 소재의 리튬 저장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며 기술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연구팀은 개발한 중간층 설계 기술로 실제 파우치셀 구조의 전고체전지 제작에 성공했다. 낮은 가압 조건(2MPa)에서 250사이클 동안 92% 이상의 용량 유지율과 320Wh/kg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달성하는 등 우수한 성능을 검증했다.
이는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용화 수준의 전고체전지 구현 가능성을 제시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해당 연구 결과는 미국 화학회가 발행하는 세계적 학술지 'ACS Energy Letters'에 게재됐으며, 논문의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는 18.2로 해당 분야 상위 4.1%에 속한다.
남기훈 박사는 "리튬금속 음극 보호를 위한 중간층 설계는 물론, 전사 공정 기반의 대면적 확장 가능성까지 동시에 확보해 산업적 활용도가 높다"고 밝혔다.
최정희 전지소재·공정연구센터장은 "전고체전지 성능의 핵심인 계면 안정화를 통해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윤철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고에너지 밀도와 장수명, 안정성이 요구되는 미래 모빌리티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에서 우리 기술이 크게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ERI는 성과 특허를 확보하고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을 고도화하며, 실제 상용 전지 제조 공정에 적합한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특히 대면적 파우치셀 수준에서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장기 성능 평가 및 공정 최적화 연구를 병행해 전고체전지의 조기 상용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이번 연구는 KERI 기본사업 및 글로벌탑전략연구단(GT-3) 과제를 통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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