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앞두고 16번째 대러 제재 패키지(2022년 2월 이후)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산 원알루미늄(primary Aluminium, 1차 알루미늄, secondary aluminium(재생 알루미늄)과 구분) 수입 금지와 러시아 ‘그림자 선대(Shadow Fleet)’에 대한 추가 제재를 포함하고 있다.
EU의 제재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협상을 시사하는 가운데 나왔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 국무장관은 "유럽연합 역시 대러 제재와 관련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제재 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며 제재 유지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번 제재 패키지의 핵심 조치 중 하나는 러시아산 원알루미늄 수입 금지다. 원알루미늄은 그동안 일부 회원국의 경제적 우려로 인해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이번 조치로 금지 대상에 포함되었다.
러시아산 원알루미늄은 EU 알루미늄 수입량의 약 6%를 차지하며, 최근 유럽 제조업체들이 러시아산 제품 의존도를 줄이면서 그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였다. EU는 이미 러시아산 알루미늄 와이어, 튜브, 파이프 등의 수입을 금지했지만, 이는 전체 수입량의 일부에 불과했다. 이번 제재로 러시아산 원재료 공급에 더욱 큰 타격이 예상된다.
EU는 러시아가 서방의 원유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운영하는 ‘그림자 선대(Shadow Fleet)’에 대한 제재도 대폭 강화했다.
‘그림자 선대’는 노후화된 비보험 선박들로 구성되며, 위장 선적, 송신기 끄기, 선박 간 원유 환적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선박은 주로 중국과 인도로 향하며, 정제 후 다른 국가에 재수출되는 과정에서 러시아산 원유라는 사실이 감춰진다.
이번 제재로 EU는 ‘그림자 선대’에 속한 73척의 선박을 추가로 블랙리스트에 올려, 제재 대상 선박 수를 150척 이상으로 확대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선박은 EU 항구 및 서비스 이용이 금지되며, 이번부터 선박 소유주·운영자·선장까지 제재 대상이 확대됐다.
최근 발트해에서는 ‘그림자 선대’가 해저 케이블을 손상시키는 사건이 발생해 EU의 안보 우려가 커졌다. 브뤼셀은 제재 확대의 또 다른 이유로 환경적 위험도 지적했다. EU 관계자는 “이들 선박의 상태가 워낙 열악해 유럽 해역에서 대형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번 제재 패키지는 금융과 언론 분야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EU는 러시아 은행 13곳을 SWIFT 국제 금융거래망에서 추가로 퇴출시키며, 8개 러시아 국영 미디어의 방송 면허를 정지했다. 이는 러시아의 전쟁 선전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러시아 국영 방송이 유럽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차단하는 목적이 있다.
새로운 대러 제재 패키지는 오는 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공식 승인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