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내성형 에너지 인프라 구축’은 에너지 정책의 핵심 키워드이다. /이미지 편집
 ‘재난 내성형 에너지 인프라 구축’은 에너지 정책의 핵심 키워드이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최근 울산, 경북, 경남 등 영남권을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천연가스 인프라를 정면으로 위협하면서, LNG 기지 및 배관망에 대한 보호 대응 체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지역 도시가스사들은 본사와 지역본부 차원의 재난 상황실을 즉각 가동하며, 천연가스 공급시설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비상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산불이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비군사적 위협’으로 급부상한 셈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건조한 날씨가 일상화되면서, 산불은 더 이상 지역적인 자연재난이 아니다. 특히 송전망·배관망·저장기지 등 장거리 기반 인프라를 갖춘 에너지 산업은 광역 산불에 극도로 취약하다.

LNG는 폭발 위험이 낮지만, 저장탱크와 배관시설은 고온과 연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산불이 송배전 설비나 계통 제어 센터에 영향을 줄 경우, 공급 차질이나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위협에 대비해 한국가스공사는 '산불재난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을 가동, 산불 발생 즉시 자체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재난상황실을 가동했다. 공급시설과 송배관의 온도, 압력, 가스누출 여부 등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며, 현장과 본사가 실시간 연계되는 대응 시스템을 작동 중이다.

천연가스는 발전용·산업용·가정용까지 광범위하게 쓰이는 만큼, 공급 차질은 전력난과 물류·산업 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복수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경우, 어느 거점을 우선 보호할 것인가 하는 ‘공급망 계통관리 전략’이 핵심으로 떠오른다.

이와 관련해, 가스공사 최연혜 사장은 지난 23일 긴급대책회의에서 “지역별 계통 운영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가용 자원을 전진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물리적 방호를 넘어서, 유연한 공급망 조정능력이 점차 중요해지는 것이다.

민간 도시가스사들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경동도시가스는 울산 산불 발생 직후 생수 1만병을 울산시에 긴급 지원, 진화 인력과 대피 주민들을 도왔다. 이는 단순 물자 제공이 아닌, 현장과의 소통과 실시간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다.

도시가스사들이 단순 공급자 역할을 넘어, 지역 재난 대응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기 위헤선 정기적 합동 모의훈련, 지자체·소방과의 데이터 공유 시스템, 재난대응 예산 확보 등이 제도적 기반이 필수적이다.

산불이 매년 반복된다면, LNG 기지·배관망·송전선로 등 모든 국가 에너지 인프라는 기후 재난에 '회복력(resilience)'을 갖춘 구조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특히 신규 LNG 기지 설계나 확장 시, 방화림 조성, 원거리 제어 시스템, 자가발전 백업 구축 등이 필수 고려사항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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