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중국의 LNG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이 예상치 못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중국의 LNG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근 중국 내 산업 활동 둔화와 상대적으로 온화한 기후, 그리고 수년간 축적해온 가스 재고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스팟 시장에 여유 있는 물량을 만들어내며, 유럽 시장으로의 LNG 공급 여건을 개선시키고 있다. 드루리(Drewry) 리서치는 이에 대해 “유럽이 아프리카와 카타르 등 다른 주요 공급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유럽은 현재 가스 저장률이 34% 수준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독일은 29%까지 하락해 수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수요 둔화 덕분에 향후 유럽의 LNG 수입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에너지 가격 급등 없이 가스 재고를 보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2월 LNG 수입량은 450만 톤으로 최근 5년 중 최저 수준이다. 이는 비교적 온화했던 겨울 날씨, 산업 활동 둔화, 그리고 2017년 가스 대란 이후 구축해온 안정적 재고 시스템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미국산 LNG에 대한 15% 보복관세도 수입 위축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로이터는 유럽이 올 한 해 동안 약 2000만 톤의 추가 LNG 구매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약 250개 LNG 선박 규모(1척당 평균 8만톤 기준)이며, 중국 수요 둔화 덕분에 유럽이 이를 확보할 여지가 커졌다는 점에서 "천운 같은 타이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유럽은 이러한 ‘기회’를 단기 수급 안정으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22년 이후 EU의 공동 구매 계획은 총 수요의 2%만 충족한 실패 사례이며, 장기 공급 계약이야말로 진정한 해법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모델”, 즉 해외 LNG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 투자와 장기 계약 체결 전략을 유럽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유럽의 탈탄소 전환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도 적지 않다.
중국의 LNG 수요 둔화는 유럽에 단기적 가격 안정과 공급 확대라는 ‘효과’를 가져다줬지만, 이는 불안정한 구조에 의존한 위험한 승리일 수도 있다. 중국 수요는 언제든 회복될 수 있고, LNG 공급은 설비 고장이나 기술 이슈로 자주 차질을 빚으며, 인도, 동남아 등 신규 수요국들도 가격만 맞으면 언제든 뛰어들 준비가 돼 있다.
유럽이 LNG 시장에서 ‘최고가 구매자’로 남을 가능성은 여전하며, 독일이 원전 폐쇄 후 석탄 사용을 늘리는 역설적인 행보는 유럽의 에너지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