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와 석유화학 산업 간의 균형 재조정, 수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에너지 외교의 정밀한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지 편집 
정유와 석유화학 산업 간의 균형 재조정, 수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에너지 외교의 정밀한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중국의 석유 수요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더 이상 ‘자동차에 넣는 연료’가 성장을 이끄는 시대는 끝났고, 석유화학이 새로운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변화는 세계 유가의 움직임은 물론, 한국의 석유 수출 전략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전망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석유 수요는 전년 대비 1.1% 증가해 약 7억6500만 톤(일일 1536만 배럴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증가의 대부분은 석유화학 원료용 수요에서 비롯된다. CNPC의 우모위안 부총재는 “중국의 운송용 연료 소비는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고 밝히며, 전기차 보급 확대와 서비스 중심의 경제 구조 전환이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또한 최근 보고서에서 유사한 진단을 내놓았다. IEA는 "중국 내 석유 연료의 연소 수요는 이미 성장을 멈춘 상태이며, 미래 수요 확대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석유화학 수요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크다. 현재 중국의 석유화학 소비량은 선진국 대비 6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요 구조의 변화는 세계 유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CNPC는 2025년 국제 유가가 평균 6575달러/배럴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262030년에는 60~70달러 범위 내 박스권이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 다만 예측이 어려운 변수도 존재한다. CNPC는 "트럼프 요인이 향후 유가 변동성의 최대 불확실성"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對중국 무역정책이나 對이란 제재 등 강경 노선이 유가를 급등 또는 급락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글로벌 변화는 한국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특히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는 새로운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정유 업계는 중국의 휘발유·경유 수요 둔화로 인해 수출 활로가 축소될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석유화학 업계는 반대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 원료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또한 유가의 중장기 안정세 전망은 한국의 원유·LNG 수입 가격 안정화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수요 변화는 단순한 국가 차원의 통계가 아니라, 한국의 에너지 수출입 구조와 산업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곡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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