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정부가 지난 2월21일 확정·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11차 전기본)은 국내 발전믹스의 대전환을 공식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핵심은 2038년까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40기를 순차적으로 폐지하고, 이를 LNG와 무탄소 전원으로 대체한다는 내용이다. 전력 부문의 탈탄소를 가속화하기 위한 로드맵이지만, 이에 따른 LNG 수요의 급증과 공급망 대응은 여전히 정책과 시장의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 발전계획 따라 커지는 LNG 수요
이번 11차 전기본은 2038년까지 18.6GW 규모의 석탄 설비를 폐지하는 대신, LNG를 포함한 열병합 발전과 양수, 신재생 설비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31년~2032년까지는 무탄소 전원의 진입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2.2GW 규모의 LNG 열병합 발전 설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2033년~2034년까지는 1.5GW의 신규 설비가 필요하며, 이는 수소 혼소 전환을 조건으로 한 열병합 발전 또는 무탄소 발전으로 계획되어있다. 이러한 발전원 결정은 향후 기술 개발 추이에 따라 차기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과도기 연료’ 역할을 넘어서 LNG가 실질적인 중장기 상시 전원으로 기능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발전부문에서의 수요 급증이 예고되면서, 가스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공급망 전면 재정비 시급
LNG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공급 인프라의 확충이 선결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국내에는 5개 인수기지와 약 1100만㎘ 규모의 저장탱크가 운영 중이지만, 중장기 수요 증가에 대비한 신규 인수기지 건설과 배관망 보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발전용 LNG 수입 계약은 대부분 민간 발전사 중심의 단기 트레이딩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가격 변동성과 공급 불안정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장기 도입계약, 공급선 다변화, 가격 헤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정부는 ‘제16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2025년 하반기 중 수립할 계획이다. 해당 계획은 전기본의 발전설비 계획을 토대로 발전용은 물론 산업, 수송, 도시가스 부문까지 포괄한 통합 수급 전략을 담을 예정이다.
계획 수립 과정에서는 수요 예측뿐 아니라 도입 시기별 물량 배분, 저장능력 확충 로드맵, 민간 참여 확대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업계는 특히 민간 발전사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시장 기반 정비와 제도 설계에 대한 명확한 방향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2030년 이전부터 석탄 설비 퇴출이 본격화되는 만큼, 그 공백을 메울 LNG 수급 기반이 제때 갖춰지지 않으면 전력공급 안정성과 가격 변동성 모두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LNG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비상시 재고 운영 기준 강화, 공공-민간 혼합 수급 전략, 수소·암모니아 등 대체연료와의 병행 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가스 패러다임’ 설계할 골든타임
LNG는 더 이상 ‘임시방편’이 아니다. 이번 전기본을 계기로 LNG는 2040년대 중반까지도 국가 전력망의 핵심 축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LNG 도입, 저장, 공급, 계약, 시장 운영 전반에 걸친 ‘가스 패러다임’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수급계획과 산업계의 투자 전략, 지역 인프라의 수용력까지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 해법이 요구된다.
■ 용어 설명 :
·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 도시가스사업법에 근거를 둔 법정 계획으로 2년마다 수립. 수요전망 및 시설계획의 2개 실무위원회(민간 위원장)에서 논의된 내용이 총괄분과인 가스수급위원회(정부 위원장)에서 확정. 수급계획은 2년마다 수립되고 있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이 확정된 지 3∼4개월 후에 확정. 따라서 '제16차 장기 천연가스 수립계획'은 2025년 하반기 중에 수립될 것으로 예상. 초기에는 도시가스 보급 확대와 수입선 다변화를 중심으로 했고, 중기에는 발전용 수요 급증에 따른 인수기지 및 저장설비 확충, 장기 도입계약 확대가 주된 과제. 최근 계획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 민간 참여 확대, 단기변동성 대응을 위한 수급 유연성 확보 등이 중점적으로 반영됐다.
·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 2023년 수립된 국가 에너지 계획(2023년 4월27일 확정 공고)으로, 2037년까지의 천연가스 수요 전망과 공급 전략을 담고 있다. 이 계획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수소·무탄소연료 확대 기반을 마련하고, 민간 참여 확대, 저장시설 보강,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안정적이고 유연한 천연가스 수급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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