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한 달 전 보류됐던 ‘지역냉난방 열요금 산정기준 및 상한 지정’ 고시 개정안을 또다시 상정해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통과시키면서, 또다시 ‘졸속 추진’ 논란을 예고했다.
업계는 ‘형식적 절차’만 거친 채 사실상 원안을 그대로 밀어붙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산업부는 19일 서울 석탄회관에서 열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열요금 고시 개정안을 재상정, 심의를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난방요금 하한선을 현재 기준가격의 100%에서 2025년 98%, 2026년 97%, 2027년 95%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통과가 지난달 24일 규개위의 보류 결정 취지를 무시한 채 정부가 속전속결로 강행한 ‘기습 통과’라고 비판한다. 당시 규개위는 “업계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며 개정안 심의를 보류한 바 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1차 보류 이후 산업부와의 공식 간담회나 의견 수렴 절차는 별도로 진행되지 않았다. 개정안 역시 핵심 내용인 요금 하한 비율 조정(98%→95%)을 유지한 채 통과됐다.
한 민간 집단에너지사업자는 “1차 보류 후 별다른 논의도 없이 같은 안건을 그대로 올려 통과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절차적 정당성과 형평성을 무시한 졸속 추진”이라고 주장했다.

산업부, “업계 의견 일부 반영”
이에 대해 산업부는 “업계 의견을 일부 반영해 문항을 수정했다”며 “세부 개정안은 향후 공개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행정예고된 이후 수정된 고시에 대한 추가 예고 절차조차 없었다”며 “실질적 내용 변경이 없다면 원안 재상정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규개위 민간위원들도 조건부 찬성 입장을 내며 “필요시 업계와의 추가 소통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실질적인 협의 기회가 주어졌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민간 지역난방사업자들은 한난(한국지역난방공사) 대비 낮은 원가 구조에도 불구, 총괄원가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한난 열요금의 최대 95%까지 요금을 낮춰야 한다.
정부는 민간사업자의 연료비 절감 구조, 열병합발전 비중, LNG 직도입 비율 등을 근거로 들며 요금 인하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민간기업들이 경쟁 없는 상태에서 초과 이익을 누리고 있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사업자들은 “원가공개 강제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투자 여력과 원가 절감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반발한다.
특히 규개위 1차 심의에서 무산된 ‘원가자료 공개 의무화’ 조항은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됐지만, 요금 하한 인하가 사실상 강제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시장 현실보다 정치적 목표에 몰두한 결과”라며 “지속가능한 제도개선을 위해선 민·관·학이 함께 논의하는 투명한 설계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은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만을 남겨둔 상태다. 정부는 오는 7월 고시 시행을 목표로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업계는 “개정안이 아직 최종 통과된 것은 아니다”며 대응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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