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후 본격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제한’ 정책 폐기에 착수하면서 미국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석탄·가스 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해 온 GHG(Greenhouse Gas·온실가스) 규정을 전면 개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으며, 이르면 6월 중 백악관의 최종 발표가 있을 전망이다.

정권 교체의 여진은 단순한 행정조치를 넘어 기후·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수립된 탄소중립 목표와 청정에너지 전환 전략이 줄줄이 폐기 수순을 밟으면서 미국은 다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질서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EPA는 “미국 석탄·가스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세계 탄소배출의 3% 수준에 불과하다”며 규제 완화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절대량보다 정치적·경제적 기조 전환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온실가스 규제 철폐' 의미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첫 주에만 70개가 넘는 기후 및 청정에너지 관련 이니셔티브를 폐기하며 강력한 ‘반(反)바이든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다. 파리협정 탈퇴, 재생에너지 보급 예산 중단, 연방정부의 기후 목표 전면 철회 등 전방위적인 조치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부문은 투자 불확실성이 커지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기반한 청정에너지 제조 프로젝트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미국 내 투자 예정이던 해외 기업들이 풍력, 태양광, 전기차 부문에서 잇달아 사업을 철회하거나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석유·가스 산업은 규제 완화에 힘입어 명분상으론 활기를 띠는 듯하지만 고비용 구조와 낮은 유가, 투자 소극성 탓에 생산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히 밀고 있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조차 민간 투자 유치는 여전히 요원하다.

화력발전소 이미지./ 픽사베이
화력발전소 이미지./ 픽사베이

◇국제사회, 파리협정 동력 상실 우려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정책 철회는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후퇴를 넘어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 일부 개발도상국은 미국의 태도를 근거로 파리협정 이행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COP30을 앞두고 국제사회는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독일, EU 등은 미국의 정책 선회에도 독자적인 감축 목표와 청정에너지 전환을 지속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파급력 측면에서 미국의 이탈은 향후 국제 협약의 실효성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환경의 이중 딜레마

정책 대전환의 경제적 후폭풍도 우려된다.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무역마찰을 빚을 경우 철강, 에너지, 식품 등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관세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 Capital Economics는 이로 인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최대 3.2%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기후·청정에너지 지원을 집중적으로 받아온 공화당 성향 지역이 오히려 이번 정책 전환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공화당 지역 내 바이오연료, 태양광, 송전망 현대화 등 다수의 프로젝트가 연방 정부의 자금 동결로 중단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 리더십 충돌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독립’을 명분으로 한 자국 중심주의에 기반하고 있지만, 이는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GHG 규제 철폐는 단기적으로 일부 산업에 숨통을 틔워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미국의 기후 리더십 약화와 국제사회 내 신뢰도 하락, 재생에너지 산업의 침체를 동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보 vs 기후’라는 양자택일의 문제 앞에서, 미국은 또 한 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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