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모로코 정부가 그린수소(Green Hydrogen)와 전기차 배터리(EV Battery) 산업을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공식 지목하며, 산업 구조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기존 농식품·자동차·화학·항공·섬유·제약 중심의 제조업 기반 위에, 탄소중립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 부응한 산업 다각화 모델을 새롭게 구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로코는 지난해 산업 수출액이 3980억 디르함(MAD)을 기록하며, 2000년 대비 5배 이상의 성장세를 이뤘다. 같은 기간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은 3배 이상 증가, 지난해에는 165억 디르함 규모에 도달했다.
이러한 성과는 정치적 안정성과 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입지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조 공급망 내 ‘전략적 중간거점’으로 부상한 결과다.
■ 그린수소·배터리 중심 산업 포트폴리오 재편…EU 수요 대응 의도도
모로코가 그린수소와 EV 배터리를 산업 전략의 최우선 순위로 올린 배경에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청정기술 공급망 다변화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 모로코는 자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특히 태양광과 풍력—을 바탕으로 청정 수소를 생산·수출하는 수소허브 전략을 이미 단계적으로 실행 중이다.
EV 배터리 분야에서도 모로코는 기존 자동차 부품 산업을 발판 삼아, 전기차 부품·셀·팩 제조까지 수직계열화된 체계를 유치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배터리 제조기업들이 모로코 투자 검토 또는 MOU 체결에 나서면서 이 분야의 글로벌 주목도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 GDP의 30%를 ‘투자’에 배정…모로코의 미래는 산업국가인가 에너지강국인가
모로코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30% 이상을 인프라 및 산업 투자에 재배정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 경제 부양이 아닌 장기적 산업 생태계 전환을 위한 전략적 배분이다. 항만, 산업단지, 물류 네트워크는 물론, 수소·배터리 등 신산업 분야에는 민관 공동 출자 방식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가 도입되고 있으며, 이는 외국 자본 유치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모로코는 ‘아프리카 제조 허브’를 넘어서 유럽형 청정 공급망 내 전략기지로 포지셔닝을 시도 중”이라며, “에너지 주권·산업 경쟁력·지정학적 가교 기능을 모두 결합한 구조로서 의미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