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수소경제를 주도하는 아프리카 국가로 누가 먼저 자리매김할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지 편집
향후 수소경제를 주도하는 아프리카 국가로 누가 먼저 자리매김할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아프리카 대륙에서 '에너지 허브'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주인공은 이집트와 모로코다. 서로 다른 에너지 전략을 앞세운 두 국가는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 에너지 시장까지 겨냥하며 글로벌 에너지 질서 재편에 나서고 있다.

이집트는 막대한 천연가스 매장량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및 수소 경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르 광구(Zohr field)와 같은 세계 최대급 해양 가스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로 전환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2035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의 42%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녹색수소 연간 140만 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모로코는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전략을 추진 중이다. 현재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4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52%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사하라 사막 지역을 활용한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를 통해 세계 최저 비용의 녹색수소 생산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 경제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도 치열하다. 이집트는 스에즈 운하 경제구역(SCZone)과 적색해 연안 지역에 대규모 녹색수소 생산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유럽 수출을 겨냥하고 있다. 202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개최를 계기로 15건 이상의 수소 프로젝트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본격적인 산업 육성에 나섰다.

모로코 역시 독일과 '수소 파트너십'을 맺고, 향후 독일 수소 수입량의 10%를 모로코산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모로코는 서사하라 지역의 광활한 태양광·풍력 자원을 활용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수소를 생산, 유럽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지정학적 이점도 경쟁 구도의 핵심 변수다.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를 통한 물류 요충지와 기존 천연가스 수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수출 경쟁력이 높다. 반면 모로코는 유럽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아프리카 국가로, 스페인과 연결된 '모로코-유럽 가스 파이프라인(MEGP)'을 수소 수출 경로로 활용할 수 있다.

국제 투자 유치 경쟁도 뜨겁다. 이집트는 유럽연합(EU), 독일,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협력하며,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관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모로코 역시 독일 KfW은행, 프랑스 개발청(AFD) 등 유럽계 금융기관과 손잡고 대규모 재생에너지 및 수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집트와 모로코 모두 에너지 전환 초기 단계에 있지만, 유럽의 탈러시아 에너지 전략과 맞물리면서 두 나라 모두 막대한 자본 유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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