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건설된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건설된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현대차그룹의 대미 전기차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8%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현지 생산 확대에도 불구하고 판매 부진이 지속되면서 국내 전기차 생산 기반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올해 1~5월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는 7천156대로 작년 동기(5만9천705대)보다 88.0% 감소했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87.0% 감소한 3천906대, 기아는 89.1% 줄어든 3천250대를 각각 수출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이 본격화한 2021년을 제외하면 가장 작은 수출 규모다. 현대차·기아의 대미 전기차 수출은 2021년 4천441대에서 2024년 5만9천705대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섰다. 연간 기준으로 올해는 2만대를 넘기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지 생산 확대에도 판매 부진

수출 급감의 주된 원인은 미국 현지 생산 기반 구축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하고 상반기 동안 아이오닉5 2만8천957대, 아이오닉9 4천187대를 출고했다. 기아도 지난해부터 현지 생산을 시작해 올해 EV6 7천441대, EV9 7천417대를 생산했다.

하지만 현지 판매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워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올 상반기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4만4천555대로 작년 동기보다 28.0% 감소했다. 미국 내 전기차 총판매량이 5.2% 증가한 가운데 역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상반기 기준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 감소는 2021년 이래 처음이다.

9월 세액공제 종료로 추가 타격 예상

하반기 전망은 더욱 어둡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시행으로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9월 말 조기 종료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5천828대(매출 19억5천508만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 전기차 생산 기반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은 작년 현대차그룹 전체 전기차 수출(25만4천967대)의 36%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이달 16일부터 21일까지 아이오닉5, 코나EV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12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올해 들어 5번째 휴업이다.

부품업계도 연쇄 타격

전기차 수출 급감은 부품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품업체들은 수출을 염두에 두고 전기차 설비 등 투자를 많이 했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특히 미국에 동반 진출하지 못한 업체들은 투자비 회수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부품업계 관계자도 "미래 차 전환을 목표로 선제적으로 연구개발도 하고 인력도 뽑았는데 아직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서 못 벗어난 상황에서 수출까지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 체제 안정화와 함께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 강화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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