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미국이 전기차(EV) 배터리의 필수 원재료인 흑연(graphite) 에 대해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93.5%의 반덤핑관세(anti-dumping tariff) 를 예비 부과하기로 했다.
미 상무부(U.S. Department of Commerce)는 이번 조치가 중국산 흑연이 공정한 시장가보다 저가로 미국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에 근거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탄소 함량이 90% 이상인 천연 및 인조 음극재(anode-grade graphite) 에 모두 적용되며, 2023년 기준 약 3억 4710만 달러(한화 약 4800억 원) 상당의 수입 규모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반덤핑조치와 병행해 진행된 보조금 상계관세(countervailing duties) 조사에서는 대부분 중국 기업에 6.55%, 일부 기업에는 700% 이상의 초고율 관세가 예비 결정됐다. 특히 △후저우 카이진(Huzhou Kaijin New Energy Technology)에는 712.03% △상하이 샤오셩(Shaosheng Knitted Sweat)에는 721.03%가 부과됐다.
최종 결정은 2025년 12월 5일로 예정돼 있으며, 미국의 전기차 공급망 정책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 공급망 자립 노린 美 로컬 연대…韓 SKI US도 청원 참여
이번 조치는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배터리 핵심소재 공급망의 탈중국화(decoupling) 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해당 반덤핑 청원은 Anovion Technologies, Syrah Technologies, Novonix Anode Materials, Epsilon Advanced Materials, SKI US 등으로 구성된 '미국 음극재 생산업체 연합(American Active Anode Material Producers)' 에 의해 제기됐다. 이들은 뉴욕, 루이지애나,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등 미국 전역에 위치한 업체들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자회사 SKI US 도 이 연합에 참여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도 이번 수입규제에 일정 부분 입장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내 생산능력 확대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탈중국 공급망’ 을 현실화하려는 공동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다.
■ IEA, 흑연 리스크 경고 재조명…글로벌 탈중국화 가속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2024년 5월 발간한 ‘비판광물 시장 리뷰(Critical Minerals Market Review)’ 에서 흑연을 가장 공급 리스크가 큰 전략광물 중 하나로 지목했다.
IEA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천연흑연 채굴의 약 70%, 배터리급 흑연 가공 능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의 취약점이 극도로 집중돼 있으며, 조속한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고 경고했다.
실제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공급망은 일부 지역에서 대체 가능한 반면, 흑연은 가공 난이도가 높고 탄소 순도 기준이 엄격해 대체처 확보가 더딘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최근 흑연 내재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번 조치는 기술자립 + 산업보호라는 이중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단초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