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삼성전자가 8년 만에 조 단위 규모의 대형 인수합병(M&A)을 단행하며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HVAC) 기업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품에 안았다.
15억 유로(약 2조 4000억원) 규모의 이번 인수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및 IT 산업의 변화 흐름을 읽어낸 삼성전자의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번 '빅딜'의 핵심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와 그로 인한 데이터센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생성형 AI,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발전할수록 데이터센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수많은 고성능 서버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냉각 기술은 데이터센터 운영의 필수 요소가 됐다.
플랙트는 바로 이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분야에서 100년 이상의 업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해 온 기업이다.
플랙트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박물관, 병원, 공항 등 고도의 항온·항습 및 청정 환경이 요구되는 시설에 최적화된 중앙공조 설루션을 제공하며 높은 신뢰도를 쌓아왔다. 특히 액체냉각 방식인 CDU 분야에서의 기술력은 빠르게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플랙트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주로 가정 및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중심의 개별공조 사업에 집중해 왔다. 플랙트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는 단숨에 데이터센터, 산업 시설 등 고부가가치 중앙공조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글로벌 종합 공조 업체'로의 위상을 갖추게 됐다.
이는 빌딩 자동 제어 및 에너지 관리 시스템 역량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플랙트의 전문적인 공조 제어 기술이 결합될 때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양사의 솔루션 통합은 단순한 제품 공급을 넘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서비스 및 유지보수 사업의 확대로 이어져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가능성을 열어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삼성전자의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AI와 함께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8%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플랙트의 기술력과 고객 기반에 삼성전자의 브랜드 파워,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 그리고 반도체 및 IT 기술과의 연계를 더한다면, 삼성전자는 이 고성장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서로 다른 기업 문화와 시스템을 통합하고, 치열한 글로벌 공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은 과제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플랙트 인수는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냉각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기존 가전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여 미래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삼성전자의 장기적인 비전 실현에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공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새로운 도약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