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훈 교수
강지훈 교수

[투데이에너지]  2025년 한국 배터리 산업은 극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상반기 시장점유율은 16.4%까지 떨어졌고,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주요 기업들의 가동률은 78%에서 53%로 급락했다. 영업이익 역시 큰 폭으로 감소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중국 CATL은 상반기에만 5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격차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결과다.

 가장 근본적인 실패 요인은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를 낮게 본 데 있다. 한국은 삼원계(NCM) 배터리가 시장의 핵심으로 남을 것이라 판단했고, 화재 문제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중국은 더 저렴하고 안전한 LFP 배터리를 빠르게 상용화했고, 최근에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까지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LFP 대량 양산 체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지 못한 단계다.

 연구개발 체계의 비효율도 문제를 키웠다. 정부 지원 확대 이후 수많은 기관이 단기 성과 중심의 과제에 뛰어들었지만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중장기 기술 전략은 매년 변경되었고 R&D 자원은 분산되면서 체계성은 약화되었다.

 중국 정부는 계획적이고 일관된 전략으로 배터리 생태계를 키웠다. 국가 단위의 산업 육성 정책을 통해 전기차·이차전지 분야를 집중 지원했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를 통해 해외 기업의 진입을 제한했다. 더 나아가 광물 채굴, 정련, 소재, 장비, 재활용까지 모든 단계에서 독립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며 글로벌 경쟁자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구조적 우위를 확보했다. 리튬뿐 아니라 흑연·망간·니켈 등 핵심 광물 확보에서도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한국 배터리 산업의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요 기업들은 대규모 자본 조달과 전략 재정비를 통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삼원계 배터리의 고성능화가 진행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LFP 배터리 개발과 양산 체계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2025~2026년 LFP 양산을 목표로 양극재 국산화를 추진 중이며,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기존 목표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 다각화도 중요한 과제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 공급망의 지역적 분산, 배터리 재활용 산업 강화가 새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 중심의 종합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혁신펀드는 내년 1,600억 원 규모로 확대되고, R&D에는 최대 50%, 시설투자에는 최대 20%의 세액공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이 우선 지원 대상이며, 직접환급형 세액공제를 통해 기업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배터리 산업 기반을 확장하기 위한 지역 전략 역시 진행 중이다. 충북 오창, 전북 새만금, 경북 포항을 잇는 ‘배터리 삼각벨트’ 구축이 본격화되었고, 사용후 배터리 순환이용 산업을 육성하여 원료 자립도를 높이는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2025년 리튬황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개발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경쟁을 이겨내기 어렵다. 정부는 정교한 산업 정책과 인력 양성, R&D 체계화에 더해 국제 규제 변화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한국 제조업은 여전히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2025년의 위기는 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냉철한 판단과 전략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K-배터리는 다시 부활할 수 있으며, 글로벌 경쟁에서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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