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최소 180억 달러(약 25조 5천억 원)에 달하는 체코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을 둘러싸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프랑스 전력공사(EDF) 간의 치열한 수주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내외 다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체코 정부가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며 한국의 수주가 유력해졌으나, 프랑스 EDF의 이의 제기와 유럽 연합(EU) 집행위원회의 개입, 그리고 체코 법원의 가처분 결정까지 겹치면서 계약 체결 절차가 예상치 못한 진통을 겪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EU 집행위원회가 체코 정부에 한수원과의 계약 체결을 연기할 것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EC는 한수원의 입찰 과정에서 외국 보조금 사용 가능성이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체코 원전 계약 제동을 걸었다

 이는 경쟁 입찰에서 탈락한 프랑스 EDF가 EU 집행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프랑스 출신인 스테판 세주르네 EU 산업 전략 담당 집행위원이 서한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EC 대변인은 해당 조사가 심층 단계는 아니며 특정 시한도 없다고 밝혔으나, 한국의 수주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체코 정부는 EU 집행위의 이러한 요구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일축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해당 서한이 EC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으며, 체코 산업통상부 역시 세주르네 집행위원의 서한이 법적 구속력이 없음을 EU 집행위 측이 확인해 주었다고 밝혔다. 나아가 체코 산업통상부는 전문가 판단 결과 한수원과의 계약이 EU 측이 문제 삼은 외국 보조금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체코 정부가 한수원과의 계약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EU 집행위 개입과는 별개로, 프랑스 EDF는 체코 현지 법원에도 한수원과의 계약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체코 브르노 지방 법원은 EDF의 이의 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수원과 체코 측의 계약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고, 이로 인해 지난 5월 7일로 예정되었던 본계약 체결식이 잠정 연기되었다. 체코 전력 당국인 EDU II는 이 결정에 불복하여 이번 주(~5월16일) 중 최고행정법원에 항고할 예정이다.

체코 정부와 발주사 측은 사업비 25조 원이 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인 만큼, 계약 지연에 따른 정치·경제적 부담이 막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사 일정 차질로 인한 손실뿐만 아니라, 체코 산업계의 사업 참여 기회 손실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체코 최고행정법원이 신속하게 심리에 착수하여 빠르면 항고 후 1주일 이내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체코 측은 법원이 계약 체결을 다시 허가하는 즉시 한수원과 본계약에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며 사업 강행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체코 정부와 CEZ 측은 한수원의 제안이 EDF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EDF가 입찰에서 실패하자 체코 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 자체를 막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계약 지연이 지속될 경우, 첫 번째 발전소의 2036년 완공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하며, CEZ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EDF에 손해 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

체코 원전 수주전은 EU 집행위의 조사 요청, 프랑스 EDF의 법적 소송, 그리고 이에 대한 체코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체코 최고행정법원의 항고심 결과이며, 체코 정부는 법적 제약만 해소되면 즉시 계약을 체결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수주 성공 여부는 향후 체코 법원의 최종 판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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