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산업부가 밀어붙이던 집단에너지 ‘열요금 고시 개정안’이 멈춰 섰다. 정권 교체와 함께 에너지 정책이 전면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실상 무력화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총리실 심의를 앞두고 있지만 새 국무총리 청문회 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당초 산업부는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열요금 하한선을 낮추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방식이었다. 민간사업자들에게 ‘총괄원가 산정 기초자료’를 10일 만에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따르지 않으면 자동으로 난방공사 요금의 98% 이하로 강제 적용하겠다”고 통보했다.
업계는 물론 전문가들조차 “행정 폭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민 난방비 경감’이 라는 명분은 좋았다. 그러나 실상은 정권 말기의 반시장적 실험이었다. LNG 직도입 등으로 이익을 내는 일부 대형사업자 사례를 일반화해 대다수 중소민간사업자들에게 똑같은 요금 잣대를 들이댄 셈이다. 이는 요금 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지역 간, 계층 간 갈등만 유발할 수 있는 체계다. 무엇보다 핵심은 영업비밀 문제다. 원가자료 공개는 기업의 존립 기반에 해당하는 민감 정보를 정부에 강제로 넘기란 얘기다. 공문 하나로 이를 요구한 행태는 자본주의 시장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 이러면 누가 미래를 예측하고 투자하며 사업 하겠나.
LNG 직도입 등으로 과도한 이익을 얻는 일부 사업자가 있다면, 이를 개선할 방안을 따로 마련하면 된다. 전체 민간사업자를 같은 틀에 가두고 규제를 무기 삼아 ‘자료를 내든지, 요금을 깎든지’ 양자택일을 강요하는건 시장원리에 반하는 ‘가격 통제’다. 지역난방은 전체 가구의 20% 이상이 이용하는 국민 생활 기반 에너지다. 새 정부는 이 문제를 단순히 산업부의 업무 조정이나 가격 정책 수준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정권의 철학과 태도, 국가가 시장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