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미·중 무역 갈등과 관세 정책 등으로 미국이 한국 폐식용유를 공격적으로 대량 수입해 국내에서 수급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LG화학이 폐식용유 등 식물성 원료 기반의 '친환경 바이오 오일'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LG화학의 자회사 엘지에니바이오리파이닝은 충남 서산시에서 HVO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고 4일 밝혔다. 이번 공장은 국내 최초 HVO 공장으로 2027년까지 연간 30만 톤 생산 규모로 건설된다.
HVO는 폐식용유 등 재생 가능한 식물성 오일에 수소를 첨가해 만든 친환경 제품이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가 크고 저온에서도 얼지 않는 특성으로 지속가능항공유(SAF), 바이오 디젤, 바이오 납사(Naphtha)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중 SAF는 항공기 연료로 사용되고 바이오 납사는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의 주원료로 사용된다.

LG화학은 바이오 납사 투입을 통해 가전 · 자동차용 ABS(고부가 합성수지), 스포츠용품용 EVA(고탄성 수지), 위생용품용 SAP(고흡수성 수지)와 같은 글로벌 친환경 인증(ISCC PLUS)을 획득한 BCB(Bio Circular Balanced) 제품 비중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Eni)의 자회사 에니라이브(Enilive)와 합작법인인 엘지에니바이오리파이닝을 설립했다. 에니는 유럽 최대 종합 에너지 기업 중 하나로 이탈리아 내 200만톤 규모 HVO 시설을 운영해 대규모 생산공정 운영 경험과 고도화된 친환경 정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다양한 글로벌 친환경 원재료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
스테파노 발리스타 에니라이브 CEO는 "이번 착공은 에니라이브의 지속가능한 제품 확대 전략을 실현하는 동시에 친환경 연료 생산 분야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LG화학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저탄소 기반으로 전환하며 지속가능한 성장과 수익성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며 “HVO와 같은 친환경 연료 및 바이오 원료 분야에서 기술 혁신과 상용화를 지속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의 수요에 적시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 주요 국제 기관은 글로벌 SAF 시장이 올해 80억 리터에서 2050년 4490억 리터로 연평균 17.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임에도 SAF 정책과 생산 부문에서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 비해 후발 주자다.
지난해 8월 정부가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1% 혼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SAF 생산 과정에서 필수인 바이오 원료 수급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폐식용유다. 이에 LG화학이 식물성 원료 기반 '친환경 바이오 오일'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용어 설명
HVO(Hydrotreated Vegetable Oil) = 식물성 기름, 동물성 지방, 폐식용유 등 바이오 오일을 수소와 함께 처리하는 수소화를 통해 만드는 차세대 친환경 바이오 연료. 일반적으로 '재생 가능 디젤' 또는 'Green Diesel'로도 불린다.
SAF(Sustainable Aviation Fuel) = 지속가능항공유. 식물성 기름, 폐식용유, 농업·임업 잔류물, 폐플라스틱 등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 또는 비화석 원료로 생산된 친환경 항공 연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