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미국 LA에서 발생한 역대급 산불이 자연재해와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우면서 ‘패시브하우스’ 기술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현재 패시브하우스 기술은 건축 선진 국가를 필두로 신(新) 건축표준이 되고 있다.
패시브하우스는 건물의 단열성과 기밀성을 극대화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혁신적인 건축 기술이다. 미국 패시브하우스 인증기관인 피어스(PHIUS)의 데이터에 따르면, 패시브하우스 인증 면적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84층 규모의 패시브하우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매사추세츠주 사례는 이 기술이 대규모 건축물에도 적용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연합과 스코틀랜드는 이미 모든 신축 건물에 ‘제로에너지 빌딩’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2024년부터 패시브하우스 수준의 자체 기준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도 지난 2009년 첫 도입 이후 164채의 인증 패시브하우스를 건설하며 ‘한국형 패시브하우스 프로토타입(KPH)’ 개발을 통해 국내 기후와 건축 환경에 맞춘 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패시브하우스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재난 상황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콜로라도주에서 발생한 ‘마셜 화재’ 당시, 패시브하우스는 주변 주택들이 전소된 상황에서도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런 고효율 주택 건설은 초기 비용이 높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에너지 절감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할 때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패시브하우스는 환경 보호와 에너지 절약을 목표로 하는 혁신적인 건축 기술로, 전 세계적으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의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인해 더욱 중요시되고 있는 이 기술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지로 평가받고 있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확대
현재 한국의 제로에너지 건축물 도입은 확대 추세다. 올 6월부터는 공공 건축물 외 민간 건축물에도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가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노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3년 전 아파트를 제외한 에너지 다소비 건물 순위 발표에서 서울대학교가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캠퍼스 면적이 넓고 전체 에너지 소비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공계 및 연구소 건물에서 연구 기자재를 24시간 가동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이후 서울대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증설하고 건물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등 에너지 저감 실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건축물 에너지 효율’ 개념이 대두된 건 1970년대다. 당시 전 세계를 강타한 오일쇼크로 에너지 절약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그 후 건축물에 단열을 강조하고 건물 에너지 소비량 절감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이후 1990년엔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주거용 3층 건축물인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가 세계 최초로 지어졌다.
패시브 하우스는 1988년 스웨덴 건축가 보 아담슨 교수와 독일의 주거환경연구원 볼프강 파이스트 박사가 만든 개념이다. 내부 열이 새 나가는 일반 건축물과 달리 열이 빠져나가지 않아 환경은 물론, 에너지를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패시브하우스는 이후 제로에너지 건축물 설계의 표준이 됐다.
그러나 폭염과 한파가 길어지면서 실내 20도 온도 유지가 쉽지 않아졌다. 또 지역마다 기후가 달라 냉난방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보다 능동적·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관리하는 ‘액티브 기술’이 탄생했다.
액티브(Active)는 능동적이란 뜻으로 패시브하우스에 대응하는 ‘에너지 자립 생산’ 개념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이처럼 패시브하우스와 액티브 기술, 태양광과 태양열·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접목해 건물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며 총에너지 사용량 ‘0’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3년 전 제로에너지 단독 주택 단지가 김포에 지어진 바가 있다. 이 단지는 지붕의 태양광 패널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단열 기능이 높은 시스템 창호 등으로 열 손실을 최소화했다. 또 창밖에 블라인드를 설치해 여름철 냉방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절약했다. 같은 규모의 일반 아파트 대비 65% 가까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올 6월부터 확대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는 30세대 이상 민간 신축 공동 주택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가전제품에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 스티커가 붙듯 건축물의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에너지 자립률이 100% 이상인 1등급 건물은 냉난방비 지출이 없다.
제로에너지 건물 조성과 관련해 아주대학교 건축학과 김선숙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제로에너지 건축물 관련 기준과 지원, 혜택 등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지만 시민으로서 제로에너지 건축물 관련 제도에 대해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서 한 발언이다.
김 교수는 “생활 속 에너지 절감을 위해 행동 변화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래 세대에게 빌려 쓴 지구 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해 돌려주는 데 힘을 모으자“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