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영국계 에너지 슈퍼메이저 셸(Shell)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캐피털 마켓 데이(Capital Markets Day)'를 통해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 중심의 전략적 방향을 공식화했다. 이는 탄소중립을 기치로 내세운 지난 10여 년의 '에너지 전환 전략'에서 일정 부분 후퇴하며, 현실적 수익성과 글로벌 수요 대응을 중심으로 한 조정 전략이다.
셸의 최고경영자 와엘 사완(Wael Sawan)은 이미 2023년 전략 개편을 통해 석유·가스 분야의 투자를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분야에는 선별적으로 자본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전 세계 석유·가스 생산을 줄이는 것은 위험하고 무책임하다”고 강조하며, 당분간 화석연료의 지속적 역할을 인정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셸은 여전히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은 유지하고 있으나, 2030년 탄소집약도(Carbon intensity) 목표는 완화했다. 이는 소매 부문에서의 청정에너지 판매 축소와 맞물려 단기 수익성과 주주 가치를 중시한 전략 조정으로 해석된다.
분석가들은 이번 전략 발표에서 셸의 핵심 경쟁력인 LNG 사업과 석유 매장량 보완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셸은 세계 최대 LNG 트레이더로, 아시아 수요 확대에 발맞춰 2040년까지 글로벌 LNG 수요가 6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셸이 향후 LNG 자산 확장 또는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셸의 석유 매장량 보충률(Reserves Replacement Ratio)이 엑슨모빌(ExxonMobil)이나 셰브론(Chevron) 등 미국 슈퍼메이저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RBC 유럽의 비라지 보르카타리아(Biraj Borkhataria) 애널리스트는 “단기 성장은 가능하지만, 이후의 성장 가시성은 약하며 M&A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셸은 최근 2년간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을 통해 주가 부진을 타개해왔으며, 경쟁사인 BP보다 2년 빠르게 석유·가스 중심 전략으로 전환해 상대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번 전략 발표는 에너지 수요 현실과 넷제로 목표 사이에서 글로벌 메이저들이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용어 설명 :
· 넷제로(Net-zero) =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만들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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