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이라크와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지 편집
튀르키예, 이라크와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튀르키예가 이라크와 협력해 새로운 석유 및 가스 파이프라인 구축을 추진한다. 이 계획은 이라크 바스라(Basra) 지역에서 시작해 하디사(Haditha)를 거쳐 튀르키예 남부 실로피(Silopi)와 지중해 항구 제이한(Ceyhan)까지 연결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튀르키예 에너지장관 알파슬란 바이락타르(Alparslan Bayraktar)는 최근 S&P 글로벌 커머디티 인사이트(S&P Global Commodity Insights)와 인터뷰에서 "이라크와 기본 합의(principal agreement)를 이뤘으며, 조만간 에너지 포괄 협정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쿠르드 자치구 우회…정치적 긴장 고조

이번 계획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구(Kurdistan Region)를 대부분 우회하는 경로로 설계됐다. 이는 쿠르드 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쿠르드자치정부(KRG) 대변인은 플래츠(Platts)에 "개발 도로가 쿠르드 지역을 통과해야 비용과 시간이 절감된다"고 주장했다.

바이락타르 장관은 "바스라-실로피 연결은 이라크가 안정적으로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대안 경로를 제공할 것"이라며, "지중해 시장 접근성을 크게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실로피~제이한 송유관은 이미 운영 중이나, 바스라 유전과 직접 연결되지 않아 수송량(1일 150만 배럴)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연결망이 구축되면 송유관 활용도가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 중단된 이라크-튀르키예 송유관과는 별개 추진

현재 이라크와 튀르키예는 과거 연결된 송유관 재가동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라크 석유부는 튀르키예가 송유관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대한 협상은 지속 중이다. 바이락타르 장관은 "기존 송유관 갈등 해결이 새 프로젝트 진행의 전제조건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튀르키예는 기존 송유관 재개 논의에 개입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 가스·전력까지 확대…포괄적 에너지 연계 구상

바이락타르 장관은 튀르키예가 이미 연간 50억㎥ 가스 수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이라크 국경까지 확장했으며, 향후 이라크에 전력 발전용 가스를 공급할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실로피~제이한 간 가스 파이프라인 신설도 추진 중이며, 장기적으로 이라크산 가스를 튀르키예를 거쳐 유럽 시장에 수출하는 경로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이와 함께 이라크로의 전력 수출을 2배로 확대하고, 제2 전력 송전망도 건설할 방침이다. 이는 최근 미국이 이라크의 이란산 전력 수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대체 공급원 확보가 시급해진 데 따른 대응이다.

■ 개발 도로 구상과 국제 지원…그러나 리스크 여전

이번 에너지 프로젝트는 179억 달러 규모의 '개발 도로(Development Road)' 계획의 일환이다. 이라크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전략적 교통·에너지 복합 인프라 구상이다.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세계은행, 유럽연합 등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PKK(쿠르드노동자당)와 이란계 무장세력 등 반군 세력에 의한 테러 위협은 여전히 심각한 리스크로 남아 있다. 특히 개발 도로의 남부 거점인 그랜드 알파우항(Grand Al-Faw Port) 주변에서는 과거에도 잦은 공격이 있었다.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 소속 전문가 에세르 오즈딜(Eser Ozdil)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라크 내 경제 위기가 가장 큰 변수"라며, "충분한 정치적·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성공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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