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美 해군 군수지원함 MRO 첫 수주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해군의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처음으로 수주하며 한·미 조선해양 분야 협력 강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번 성과는 정부가 한·미 간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MASGA(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Shipbuilding Global Alliance)’를 제안한 이후 첫 MRO 실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美 7함대 군수지원함 ‘앨런 셰퍼드’호 정비 계약 체결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4만1000톤급 화물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Alan Shepard)’의 정기 정비(Regular Overhaul) 사업을 수주했다고 8월6일 밝혔다. 앨런 셰퍼드함은 길이 210m, 폭 32m, 높이 9.4m 규모로, 2007년 취역한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 해군의 주요 군수 보급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비작업은 오는 9월부터 울산 HD현대미포 인근 안벽에서 진행되며, 프로펠러 클리닝, 각종 탱크류 보수, 장비 검사 등 주요 작업을 거쳐 11월 미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 MASGA 프로젝트의 첫 결실…한·미 조선협력 확대 기대

이번 계약은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제안한 MASGA 프로젝트의 첫 실적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MASGA는 한국 조선업체가 미국 해군·상선 유지보수 및 건조사업에 직접 참여해, 양국 간 기술·인력·인프라 협력을 확대하는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미 해군의 후속 MRO 프로젝트뿐 아니라, 상선·군함 건조 분야에서도 장기적 파트너십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된다.

■ 글로벌 방산·해양 조선 네트워크 확장 가속화

HD현대는 올 4월 미국 최대 방산조선사 헌팅턴 잉걸스(Huntington Ingalls)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고, 6월에는 ECO사(Edison Chouest Offshore)와 기술협력·공동 건조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어 6월 말에는 미시건대, MIT 등 미국 조선해양 전문가 40여명과 ‘한·미 조선협력 전문가 포럼’을 개최하며 한·미 조선 네트워크 강화에 나섰다.

업계는 이번 MRO 사업 수주가 HD현대중공업의 글로벌 방산·군수 분야 진출 확대와 미국 해군과의 장기 정비·건조 프로그램 참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 용어 설명 :

ㆍHD현대 = 지주회사로서 HD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조선해양 전문 그룹을 형성하고 있으며,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해양 사업의 중장기 발전 방향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는 핵심 계열사. HD한국조선해양은 다시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조선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조선·대형엔진 부문에서 세계 1위의 종합중공업 기업으로,  선박 건조와 해양플랜트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즉, HD현대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HD한국조선해양이 조선해양 사업을 총괄하고, HD현대중공업이 실제 조선과 엔진 제조를 담당하는 구조이다.

 · 군수지원함 = 해군 작전 세력이 장기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바다 위에서 유류, 청수(음용수), 탄약, 식량 등 각종 군수물자를 직접 보급하는 특수 임무 함정이다. 군수지원함은 전투함과 달리 직접 전투에는 참가하지 않지만, 해군 함대의 원활한 작전 지속과 전투 수행능력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현대 해군 작전에서 군수지원함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함선의 장기 해상작전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반면, 주력 전투함정들은 상대적으로 보급 적재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급품 보충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급유, 급양(식량과 식수), 급탄(탄약) 기능을 한 배에 통합한 대형 군수지원함의 건조가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군수지원함의 주요 임무는 △함대에 유류, 식량, 청수, 탄약 등 주요 군수물자를 신속하게 보급 △해상에서 작전 중인 각종 함정에 대해 정박하지 않고도 보급 △헬기를 이용한 수직 보급, 각종 보급 컨테이너의 신속 적재 및 하역, 부상자 의료 지원, 고장 및 피해함 수리, 인원구조 등이다. 군수지원함이 없다면 해군 함대는 보급을 위해 자주 항구로 복귀해야 하므로 작전 지속 능력과 효율성에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된다. 반면 군수지원함이 항시 지원함으로써 전투함들이 장기간 원해(遠海)에서 임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으며, 해군의 작전 반경이 비약적으로 확대된다.
세계 각국 해군에서는 군수지원함의 대형화, 다기능화가 가속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차세대 군수지원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군수지원함은 ‘움직이는 바다 위 보급기지’, ‘해상작전의 든든한 조력자’로 불릴 만큼 해군 작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군수지원함은 전투함을 위한 '움직이는 종합 군수기지'이고, 화물보급함은 일반적인 물자 수송과 단순 보급에 특화된 선박이다. 군수지원함은 해상에서 직접·신속·다목적으로 군수물자를 보급하는 첨단 군사함정인 반면, 화물보급함은 군수품을 포함한 각종 일반 화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수송선’에 가깝다.

 ·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즈(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HII) = 미국 최대의 군용 조선사로, 해군 및 해안경비대용 군함의 설계·건조·정비·수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방산 전문 기업이다. 1886년 설립되어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약 4만4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주력 사업은 항공모함과 잠수함 등 미국 해군을 위한 원자력 추진 함정의 건조와 유지보수, 상륙함·수상 전투함·해안경비대용 함정 등 각종 핵·비핵 선박의 설계·건조에 있다.
특히 뉴포트 뉴스 조선소는 미국 해군 원자력 항공모함을 독점적으로 건조하는 유일한 업체로 꼽힌다. 이 밖에도 사이버·전자전 등 첨단 방산 기술, 군수지원 서비스, 원자로 프로토타입 관리 등 다양한 미션 테크놀로지 부문을 보유하고 있다. 헌팅턴 잉걸스의 연 매출은 100억 달러를 상회하며, 미국 국방부의 최대 군함 파트너로서 미국 전체 군용 조선 시장의 약 25%를 점유하고 있다.